■ 동성애-이민개혁 등 잇단 충돌
○ ‘두 개의 미국’을 부를 수 있는 현안 수두룩
보수와 진보 진영의 해묵은 논쟁은 동성애와 낙태 허용 여부. 지난달 26일 연방대법원이 동성 커플에 대한 차별을 규정한 ‘연방 결혼보호법(DOMA)’이 위헌이라고 판결하자 진보 세력은 환호했다. 하지만 보수 시민단체들은 동성애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불태우며 항의하고 곧바로 재심리를 신청했다. 보수 기독교단체인 자유수호연맹(ADF)은 “결혼에 대한 법리 논쟁이 막 시작됐을 뿐”이라며 긴 법정투쟁을 불사할 뜻을 밝혔다.
13일 텍사스 주 의회는 20주 이상 태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텍사스 외에도 아칸소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중남부 주들은 최근 낙태 규정을 강화한 법률을 속속 입법화하고 있다. 그러자 진보단체들은 연방대법원에 잇따라 낙태 관련 법안의 위헌 소송을 제기할 뜻을 밝혔다.
2014년 실행을 앞둔 의료보험도 마찬가지다. 보수 진영은 보험료를 적게 낸 개인이 보험료를 많이 낸 개인과 비슷한 혜택을 받는 것은 자본주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 공화당은 발전소 및 송유관 건설 축소가 불가피한 기후변화 개혁법안 역시 일자리를 줄인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말 의회 동의가 필요 없는 행정 명령을 통해서라도 기후변화 법안을 입안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논란이 심한 법안의 위헌 심사권을 가진 미국 연방대법원의 인원 구성 또한 보수와 진보 성향 판사가 팽팽히 맞서 보혁 갈등을 더 키운다는 분석도 있다.
연방대법원은 공화당 정권이 임명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앤터닌 스캘리아, 앤서니 케네디,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 등 보수 성향 5명, 민주당 정권이 임명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스티븐 브레이어,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 등 진보 성향 4명 등 9명의 종신대법관으로 이뤄져 있다.
소수인종의 투표권 행사를 어렵게 하는 법안을 만들지 못하도록 지방자치단체가 선거법을 개정할 때 반드시 연방 정부 및 법원의 승인을 받도록 한 투표권리법 4조의 위헌 판결도 비슷하다.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5일 이 법이 인종차별이 심했던 40년 전 만들어져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찬성 5, 반대 4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에 찬성한 5명은 보수 성향 판사들이었고 오바마 대통령은 “대법원이 실망스러운 결정을 내렸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