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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타자 이승엽 7전8기… 생애 첫 올스타 홈런왕

입력 | 2013-07-19 03:00:00

정확한 배팅볼 던진 진갑용 ‘일등공신’
결승서 대포 6개… 비거리 135m짜리도




홈런왕 이승엽(삼성)이 프로야구 개인 최다 홈런 신기록(352개)을 쏘아올린 날.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승엽아, 축하한데이’라는 편지를 남기며 ‘한때 너를 시기하고 질투했던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양 위원은 현역 시절 한 번도 정규시즌 홈런왕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통산 최다인 5차례나 홈런왕에 올랐다.

그러나 올스타전에서만큼은 양 위원이 이승엽을 압도했다. 그는 1993년과 1998년, 2001년 세 차례나 홈런왕에 오르며 통산 최다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같은 왼손 거포 이승엽에게 밀려 1998시즌이 끝나고 삼성을 떠나야 했던 양 위원은 LG 유니폼을 입고 2001년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서 이승엽과 정면승부를 벌였다. 두 선수는 결승에서 똑같이 홈런 4개를 쏘아 올렸다. 하지만 3차 연장에서 이승엽은 오른쪽 뜬공에 그쳤고 양준혁은 가운데 담장을 넘기며 양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단 한 번도 올스타전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이승엽이 18일 포항에서 열린 2013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서 무관의 설움을 풀었다. 7번의 실패 후 8번째 도전 만에 생애 첫 올스타 홈런왕이 된 것이다.

이승엽은 1라운드 초구부터 오른쪽 담장을 넘길 만큼 기세가 대단했다. 이승엽이 홈런을 칠 때마다 포항구장의 잔디 외야에서는 관중이 공을 쫓아 우르르 몰려다녔다. 그는 1라운드 최다인 홈런 8개를 몰아치며 홈런 1개에 그친 롯데 강민호를 무안케 했다.

지난해 정규시즌 홈런왕 넥센의 박병호는 같은 팀 배팅볼 투수였던 롯데 손재윤과 호흡을 맞춰 기대를 모았다. 손재윤은 당시 넥센에서 박병호와 강정호, 서건창 등이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줬다. 하지만 박병호는 홈런 6개를 기록하며 2라운드에 올랐지만 단 한 개의 홈런도 치지 못한 채 연장에서 KIA 나지완에게 결승행 티켓을 내줬다.

이승엽이 홈런왕을 차지한 데는 삼성 포수 진갑용이 일등공신이었다. 몇몇 선수는 ‘방망이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배팅볼 투수와의 궁합’이라고 말한다. 이승엽은 “어제 연습하는데 갑용이 형이 ‘내가 배팅볼 던져줄까’ 하고 말했다. 타격 타이밍에 잘 맞춰 던져줬다. 올스타전 8번 중에 제일 좋았다”고 말했다. 진갑용의 도움으로 그는 결승에서 최장 비거리 135m를 기록했고 홈런 6개를 쏘아 올리며 국민타자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다.

이에 앞서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에서는 남부리그가 북부리그를 4-3으로 꺾었다. 남부리그 상무 소속 정진호는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 1도루로 맹활약하며 퓨처스 올스타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포항=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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