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힙합’의 리메이크 작 ‘브레이킨’ 온라인으로 출간하는 김수용 작가
인터뷰 날인 15일 김수용 작가의 지하 작업실이 장맛비에 물난리가 나 사진을 찍을 형편이 안됐다. 다음 날 김 작가가 작업하는 모습을 찍어 보내 왔다. 지하 스튜디오 제공
1990년대 만화 팬들에게 ‘힙합’은 전설이었다. 1997년 12월 ‘아이큐 점프’에서 연재를 시작해 2004년 6월 끝났다. 만화계에선 단행본 24권이 약 200만 부가량 팔린 것으로 보고 있다. 만화 출간 이후 지역마다 달랐던 춤 용어가 하나로 통일됐고, 만화를 열독하던 비보이들은 세계 정상에 올랐다.
‘힙합’은 열아홉 살 불량 청소년 ‘태하’가 친구들과 함께 춤을 배우며 꿈을 키워 나가는 내용. ‘브레이킨’에선 주인공 이름과 나이, 성장 만화라는 큰 뼈대만 남기고 싹 바꿨다. 자신의 만화를 직접 리메이크한 김수용 작가(40)를 15일 서울 수유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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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작 ‘브레이킨’ 포스터.
김 작가는 리메이크작의 성공을 위해 힙합 뮤지션 ‘아웃사이더’와 손잡고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준비했고 뮤직 비디오 촬영도 계획하고 있다. 해외 진출도 적극 모색 중이다. 국내 비보이 팀이 국제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하며 최고 입지를 다진 데다 외국에선 전문 비보이 만화가 없어 시장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연재 완료부터 리메이크 시작까지의 9년간 만화계엔 큰 변화가 있었다. 독자가 ‘힙합’을 만났던 만화 잡지와 단행본 시장은 무너진 지 오래됐고 요즘은 포털 웹툰의 시대가 됐다. 김 작가는 ‘쉬운 길’인 웹툰 연재와 ‘깜깜한 길’인 온라인 유료 판매 중에 고민하다 후자를 택했다.
그는 “포털 회사와 웹툰 연재를 상의했지만 기성작가 1명보다 신인작가 6, 7명을 쓰길 원하는 그들과 조건이 맞지 않았다”며 “기성작가 중엔 울며 겨자 먹기로 웹툰 연재를 택한 작가도 많지만 유료 판매란 모험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웹툰 등장으로 생긴 ‘만화=공짜’란 인식도 고치고 싶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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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날 인터뷰 약속 장소는 김 작가의 수유동 지하 스튜디오였다. 굵은 장맛비가 일주일째 쏟아지더니 결국 새벽 3시경 스튜디오에 물이 찼다. 1995년 생긴 이 스튜디오 이름은 ‘지하(ZEEHA)’다. ‘지하에서 시작하지만 지상으로 올라가자’란 포부를 담았다는데, 18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지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