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원-윤원정 디자이너 부부
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앤디앤뎁 본사에서 김석원, 윤원정 앤디앤뎁 디자이너 부부가 마네킹 사이에서 포즈를 취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4년여가 지난 지금 이 신혼부부는 중년부부가 됐다. 그들의 브랜드 ‘앤디앤뎁’ 역시 주요 백화점 16개 매장에서 인기 디자이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방송 활동과 홈쇼핑 진출 등으로 영역을 넓혀 화제가 되고 있다.
“앤디앤뎁이 벌써 14년차가 됐어요. 처음 브랜드 론칭할 때 배 속에 있던 큰아들도 열네 살이 됐죠. 아들 커 가는 걸 보면서 우리 브랜드의 성장을 실감해요.”(윤원정 이사)
광고 로드중
앤디앤뎁의 김 대표는 “이자벨 마랑,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가 H&M과 같은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와 손잡고 대중을 위한 새로운 협업 라인을 선보이는 것처럼 최근에는 고급 패션 디자이너들이 대중에게 다가가는 게 패션계의 중요한 흐름”이라고 소개했다. 또 “우리도 대중에게 다가갈 만한 창구를 모색하는 취지에서 홈쇼핑으로 영역을 넓히게 됐다”고 말했다.
부부가 다음 달 선보일 대중적인 브랜드는 14년간 지켜온 앤디앤뎁의 디자인 정체성, 고급 취향 스타일과 전혀 다른, 새로운 콘셉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이사는 “‘디 온 더 레이블’은 대량생산 시스템을 따르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도전적인 첫 작업”이라고 말했다. 부부는 9월에 첫선을 보일 하나금융지주회사 유니폼도 디자인하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 패션 디자이너가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키우기란 결코 쉽지 않다. 앤디앤뎁은 진입과 성장이 어려운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시장에서 빠르게 기업화하고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통한다. 14년 동안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고 잊혀졌지만 앤디앤뎁 특유의 옷깃 디자인, 여성스러운 미니멀리즘을 굳건히 지켜 왔기 때문이다. ‘부부의 디자인 지향점이 처음부터 서로 잘 통했나’라는 질문에 김 대표, 윤 이사는 동시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국 뉴욕에서 유학하던 시절, 함께 브랜드를 만들자는 남편의 말이 ‘프러포즈’였어요. 그런데 막상 결혼하고 보니 디자인 콘셉트가 완전히 다른 거예요.”(윤 이사)
광고 로드중
타협할 수 없을 것 같던 두 가지 스타일을 본 소비자들은 양쪽 상품을 선택해 자기 방식으로 연출하기 시작했다. 여성스러운 윤 이사의 원피스에 미니멀한 김 대표의 재킷을 걸치는 식이었다. 윤 이사는 “이후에는 앤디앤뎁만의 로맨틱한 미니멀리즘이 어우러져 특유의 정체성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부부는 열네 살 ‘청소년’ 앤디앤뎁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어른으로 잘 키워 나간다는 같은 꿈을 꾸고 있다. 김 대표는 “한때 뉴욕 컬렉션에 나가는 등 앤디앤뎁을 빨리 큰 브랜드로 키우고 싶어 조급해 했고, 기업 시스템을 만들려 하기도 했다. 열네 살짜리를 빨리 성인이 되라고 재촉했던 셈”이라며 “요즘은 디자이너로서 여유롭게 세상을 보며 영감을 얻고, 천천히 키우고 싶다. 작년에는 처음으로 서핑을 시작했다”며 웃었다.
윤 이사는 요즘 요리에 취미를 붙였다. 그는 “일만 할 때보다 요리를 하면서 패션에 대한 영감을 받을 때가 많다”며 “앤디앤뎁 브랜드 안에서 언젠가 레스토랑을 낼 수도 있고 홈 라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천천히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