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단체, 명예훼손 재판정서 분통“DJ내란-북한군 개입설 터무니없어”
“1980년 5월 21일 고향 집으로 가던 한 가족이 광주 북구 각화동에서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부모가 숨지고 4세짜리 여자 아이는 하반신이 마비됐어요. 바로 이 비극이 당신들이 왜곡한 광주교도소 습격사건입니다.”
3일 오후 3시경 대구지방법원 별관2호 법정 제10형사 단독(판사 윤권원). 신경진 5·18부상자회장은 전사모(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측 서석구 변호사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이 광주교도소를 습격했느냐고 묻자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신 회장은 이날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명예훼손 등)로 기소된 전사모 회원 10명의 재판에 고소인 측 증인으로 참석했다. 이날 서 변호사가 탈북자 증언과 북한의 정기 간행물을 내세우며 북한이 5·18민주화운동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자 일부 방청객들은 “광주시민을 모독하지 마라. 왜 억지 주장을 하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한 여성은 “내 아들이 죽었다. 내가 산증인이니 한마디만 하게 해 달라”며 발언 기회를 요청하다 법원 직원들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다.
5·18유족회, 5·18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회원 38명은 ‘5·18민주화운동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사건’, ‘5·18민주화운동에 북한의 특수군이 파견돼 조직적 작전지휘를 했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지만원 씨와 전사모 회원 등 36명을 2008년 5월 28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2009년 대구지방검찰청은 전사모 회원 10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약식 기소했고 대구지법은 피고 1인당 벌금 80만 원씩을 선고했다. 이에 전사모 회원 등 10명과 변론을 맡았던 서 변호사가 최근 정식 재판을 신청해 이날 증인이 참석한 공판이 처음 열린 것이다. 신 회장은 재판 직후 “가슴이 답답하다. 전사모 회원들을 법정 밖에서 만나 허심탄회하게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다음 재판은 다음 달 28일 오후 2시 2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대구=장영훈·광주=이형주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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