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을 저지른 사람이 경찰관의 집안조사를 거부하면 내년부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명령을 어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8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제9차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8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이 담긴 '가정폭력 방지 종합대책'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경찰서에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관이 의무적으로 출동하도록 돼 있다. 내년부터는 경찰관이 판단했을 때 사안이 심각하면 전문 상담가와 함께 출동하게 된다.
가정폭력 가해자는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상습적으로 저지르거나 흉기를 이용하면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폭력을 저지르면 경찰서나 응급의료센터에 보내진 뒤 피해자와 24시간 이내에 떨어져 있어야 한다.
여성가족부의 2010년 가정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부폭력, 자녀학대, 노인학대 등 가정폭력을 한 가지 이상 경험한 사람의 비율은 54.8%였다. 이중 부부간 폭력이 발생한 비율은 65세 미만은 53.8%, 65세 이상 노인은 31.8%였다. 자녀학대는 65.8%나 됐다.
가정폭력 재범률은 2008년 7.9%, 2010년 20.3%에서 지난해 32.2%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는 이런 식의 폭력이 가정을 통해 대대로 답습될 경우 학교폭력을 일으켜 인권침해의 악순환을 일으킨다는 판단 하에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앞으로 가정폭력을 저지른 사람은 법무부 장관이 지정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폭력을 막기기 위한 맞춤형 교육을 받아야 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초범일 때, 폭력이 경미한 경우라도 원칙적으로 교육과 상담을 받도록 했다.
현재 가정폭력 예방교육은 학교에서만 실시하지만 앞으로는 국가기관과 지자체, 공공기관에서도 실시한다. 검찰과 법원 등 사법기관의 직무교육과정에도 '가정폭력 인권교육'이란 과목을 개설해 인권교육을 강화한다.
가정에서 학대를 받는 노인에 대한 보호도 강화된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노인복지법을 개정해 학대받는 노인을 노인보호전문기관 직원이 방문할 때 필요하면 경찰을 의무적으로 동행하도록 하기로 했다. 아울러 치매노인, 독거노인을 관리하는 '노인돌보미사업' 종사자를 위한 교육을 실시해 학대를 발견하고 신고토록 할 계획이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