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자기장 연구 허브’ 오사카대-도호쿠대 르포
와타나베 가즈오 도호쿠대 교수가 자신이 개발한 고자기장 물성실험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와타나베 교수는 액체 헬륨을 쓰지 않아 유지비가 적고, 성능이 뛰어난 ‘전도 냉각 방식’ 초전도 자석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센다이=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 방사능 물질 제거기술 시연
27일 방문한 니시지마 교수의 연구실. 니시지마 교수는 자기장으로 방사능 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을 시연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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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니시지마 교수팀은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돌이나 일반 흙이 아닌 진흙 중 일부에만 스며든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이에 연구진은 오염된 토양에서 자갈과 일반 흙을 걸러 낸 다음, 0.7T(테슬라·1T는 지구자기장의 2만 배)의 강한 자기장을 걸어 주자, 세슘이 붙은 진흙만 분리돼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니시지마 교수는 “자기장의 힘을 2T 이상으로 키우면 기존 방식보다 처리 속도를 3배 이상 빠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니시지마 교수의 이 같은 성과는 자기장을 이용한 응용 연구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세슘 분리 기술 외에도 다양한 자기장 분리 기술로 10여 개 기업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26일 방문한 일본 센다이 시 도호쿠대 고자기장물질연구센터도 산업적 응용을 위해 자기장 연구를 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15대의 크고 작은 고성능 자기장 연구 설비 때문에 건물에 들어서면 웅웅거리는 소리가 무척 시끄럽다. 이곳에는 세계 5위 안에 꼽히는 31T 출력의 강력한 자기장 연구 설비가 있다.
이 센터를 총괄하는 와타나베 가즈오 도호쿠대 교수는 “강한 자기장을 이용해 물성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연구하는 데 쓰는 이곳 설비들은 물질 구조 분석 연구자들에겐 필수 장치”라며 “정부에서 연간 6억 엔(약 70억 원)의 운영비를 지원해 전국의 대학, 기업 연구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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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날고, 韓 이제 걸음마
일본은 국가가 나서서 고성능 자기장 실험 장비 개발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많은 연구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 개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그 덕분에 고출력 자기장을 만들고, 이를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자기장 연구 개발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으로 꼽힌다.
자기장 실험 장치는 출력이 강할수록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가 ‘고출력’ 장비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와타나베 교수는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전자석의 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초전도 기술이 핵심인데, 지금까지는 초전도 현상을 만드는 데 액체 헬륨을 주로 썼다. 그러나 와타나베 교수는 액체 헬륨을 쓰지 않고 초전도 현상을 만드는 ‘전도냉각식 초전도 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현재 도호쿠대는 일본물질재료연구소(NIMS)와 공동으로 47T 장비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이 장비가 완성되면 세계 최대 출력의 고자기장 실험 장비로 자리매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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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락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물성연구부장은 “국내에서도 고자기장센터 건립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오사카·센다이=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