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희진 산업부 기자
A 씨의 행복한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미혼인 그는 함께 휴가를 보낼 만한 사람이 마땅치 않다. 매번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기에는 금전적인 여유가 없다. A 씨는 “휴가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는 게 스트레스가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다양한 휴가제도는 2004년 주5일 근무제 도입에 이어 ‘제2의 근로시간 혁명’으로 불리고 있다. 어느 때나 마음대로 휴가를 쓸 수 있는 ‘분산휴가’를 비롯해 2∼3주간의 ‘리프레시휴가’, 일정 근속연수를 채우면 장기휴가를 주는 ‘안식휴가’ 등은 더이상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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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으로만 꾸던 휴가가 현실로 주어졌지만 의외로 만족도는 제각각이다. 워킹맘에게는 한 달간의 안식휴가가 자녀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반면 40, 50대 남성 직장인에게 장기간의 휴가는 은퇴 후 삶을 준비하라는 사전 경고장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3년 근속 시 한 달간 안식휴가를 주는 한 외국계 기업에서 이 제도의 효과는 극과 극이었다.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는 애사심을 높이고 이직률을 낮추는 효과를 거둔 반면에 20대 미혼 직원의 한 달 휴가는 회사에 독이 됐다. 유학을 떠나거나 이직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여가학자인 김정운 교수는 “생산적인 여가 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압축적으로 여가 시간만 늘어나는 것은 부정적인 면이 많다”고 주장한다. 휴가도 놀아본 사람이 더 잘 놀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주2일 휴무제를 도입한 후 사행성 산업이 200%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다. 휴가 연장을 제도화하기에 앞서 대체 인력을 확보하는 사전 장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한쪽에서 어떻게 놀지 고민할 때 다른 한쪽에서는 언제 쉴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여가소외현상을 우려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직장인의 연차휴가 평균 사용률은 절반에 못 미치는 46%를 기록했다. 다가오는 휴가철, 휴가를 대하는 직장인의 마음이 다 같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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