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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자유학기제, 교육 패러다임 달라지는 출발점 될 것”

입력 | 2013-06-25 03:00:00

나승일 교육부 차관이 말하는 ‘자유학기제’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중학교 자유학기제 전면도입까지 남은 2년여 간 면밀히 연구해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려주는 진로교육을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진로교육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중학교에 진학하는 2016년부터 ‘자유학기제’를 전면 도입한다. 한 학기 동안 집중적으로 진로교육을 실시하는 자유학기제는 올해 9월 연구학교 42개교 운영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2년간 학교의 신청을 받아 희망학교를 운영할 계획.

자유학기제 도입으로 인해 앞으로 학교 진로교육은 어떻게 달라질까.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나승일 교육부 차관을 만났다.

“성적중심 교육 벗어나 학생들 꿈과 끼 찾아줄 것”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을 둘러싸고 아직 진로체험 교육을 진행할 인프라 구축이 미비하다거나 학력 저하, 사교육 확대 등의 부작용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우려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거꾸로 묻고 싶습니다. ‘지나친 성적 향상과 입시 경쟁에 치우쳐 운영되는 현재의 학교 교육이 이대로 계속되어도 괜찮은가’라고 말이지요.”

나 차관은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많은 교육정책 중 하나가 결코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크고 중요한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유학기제는 앞으로 2년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2016년에 중학교 6학기 중 한 학기를 통해 실시할 예정. 시행학기는 연구학교 운영성과와 학생의 발달단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할 계획이다. 2016년 자유학기제 전면도입 계획이 발표된 지금 교육부는 향후 중장기 진로교육 운영계획을 단계적으로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나 차관은 “교육부는 2016년 이후에도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자신의 꿈과 끼를 탐색한 학생들이 다음 학년, 더 나아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연속성 있게 새로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교육부 차원에서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의적 수업’ 활용한 진로교육 강화

자유학기제 도입이 알려지자 대부분의 관심은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로 모아졌다. 중학교 한 학년에서만 시행해도 학생 수가 전국에 걸쳐 수십만 명에 달하는데 질 높은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나 차관은 “진로교육을 한다고 하니까 한 학기 동안 산업현장을 찾아가서 체험하는 수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학업공부를 소홀히 해서 기초학력이 저하되지 않겠느냐는 잘못된 이해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면서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 공부는 모두 진행한다. 직업체험도 많은 부분은 교과수업과 연계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자유학기제 때 학생들은 국어수업시간에는 직접 시를 쓰고 짧은 소설이나 기사문 등을 써보면서 문학가, 기자, 작가 등으로서의 직업탐색을 한다. 또 사회시간에 시장경제와 기업경영 등을 배우면서 관련 직업을 체험할 수도 있다.

형식적이고 표면적인 진로탐색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 나 차관은 “중학교 저학년 수준에서 다루는 직업체험은 특정 직업에 대한 매우 심화된 체험을 하는 방식보다는 다양한 직업분야를 알고 자신이 관심사를 찾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발달단계상 중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무턱대고 특정직업을 심층 체험하기보다는 직업인의 특강, 수업과 연계된 간접체험 등을 통해 다양한 직업을 알아가면서 자신의 끼와 적성을 먼저 찾아가야 하고, 직업 체험은 그 다음에 진행되어야 효과적이라는 것. 따라서 간접체험은 수준이 낮은 진로교육이고 산업현장 체험은 우수하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관점은 지양해야 한다고 나 차관은 설명했다.

나 차관은 “자유학기제 때 성적을 고입에 반영하지 않는 이유도 교사가 교과 진도를 나가고 학업성취도를 올리는 데 부담을 갖지 않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수업을 진행하라는 메시지”라면서 “수행평가를 진행해도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모든 학생이 같은 내용을 진행해야 하지만, 평가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학생마다 관심 정도와 이해 수준에 따라 개인 맞춤형 진로지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 차관은 “교육부는 교사들이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진로와 연계된 통합교과 운영 등 창의적인 수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면서 “교무행정전담인력을 2014년부터 교육청별, 학교별 여건 및 수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교생활기록부 진로 항목도 단계적으로 바꿀 것”

자유학기제 기간에 학생들은 학교별 상황에 맞춰 2회 이상 직업 전일제 체험에 참여한다. 학생마다 관심분야가 다를 터인데 각 학생이 원하는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연결해주는 것이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히진 않을까.

이에 대해 나 차관은 “공공기관 및 지역시설 등과 연계해 다양한 진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관리할 것”이라면서 “다수의 공공 및 민간기관이 자유학기제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협조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평가지표에 ‘사회적 기여’ 항목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유학기제 도입을 계기로 진로교육이 강화됨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의 기재 방식도 달라질 예정이다. 나 차관은 “학생과 학부모의 희망진로가 무엇인지를 짧게 쓰고 각 학생의 교내활동을 실적 중심으로 기록하던 기존의 학생부 형식을 바꿔 더욱 구체적으로 기술할 수 있도록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기 위한 교육예산은 어떻게 확보될까. 이에 대해 나 차관은 “앞으로 2년간은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데 예산이 투입되지만, 2016년 자유학기제가 전면 도입될 때는 시범기간처럼 많은 예산이 필요 없이 기존 예산 규모에서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저소득층 교육비 지원 범위에 진로체험 및 체험참여형 교육 경비가 포함되도록 지원해 저소득층 아이들이 소외되는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농산어촌 학교에 진로체험용 이동차량을 지원하고, 도시학교 인프라를 농산어촌 학교에 개방·공유하는 ‘1회사-1농산어촌’ 연계 제도 등도 운영할 계획이다.

“시험점수를 높이는 데 중고교 생활을 다 보낸 뒤 정작 대학에 진학하고는 자신이 선택한 진로가 과연 맞는지 회의에 빠져 방황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심지어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이런 고민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지요. 자유학기제 도입에 따라 우려되는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시범운영 기간 동안 면밀히 연구해 아이들의 꿈과 끼를 살려주는 행복한 학교교육을 반드시 정착시킬 것입니다.”(나 차관)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