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 ‘NLL 대화록 공개’ 강경론 탄력
與 “대화록 조건 없이 공개를”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조건없이 전면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 국정원장 결심하면 공개 가능?
국정원이 20일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대화록 발췌본 열람을 허용한 근거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다. 즉,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로 본 것이다. 공공기록물이라 해도 열람은 가능하지만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 국정원이 2급 비밀문서로 지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일각에선 대통령령이 정한 보안관리규정에 따라 비밀문서를 생산한 기관장이 심의 절차를 거쳐 비밀문서를 해제할 수 있는 만큼 남 원장이 해제 결심만 하면 일반인에게 대화록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여야 합의를 거쳐 대화록을 공개토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국정원장이 빨리 공개해서 혼란을 마무리하자는 주장이다.
○ 국정원의 부담
남 원장은 공개에 대한 방침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국회가 동의할 경우 국정원이 대화록을 공개할 수 있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며 “법적으로는 지금 공개해도 무방하지만 법적인 문제만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자체적인 정치적 판단으로 비밀문서를 일반문서로 바꿀 경우 국정원의 정치 개입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다. 남 원장은 이번 남북 당국자회담 무산의 원인으로 제기된 이른바 ‘격(格)’ 문제를 청와대 내부에서 가장 먼저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당당하고 투명한 대북정책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라 굴종 외교 논란이 벌어진 당시 대화록의 공개를 전격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여권 내에선 남 원장의 결심을 촉구하는 강경론도 있지만 방법과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 나아가 전문 공개는 곤란하다는 의견 등도 혼재돼 있다.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는 쪽은 이번 주에 대화록이 공개될 경우 27일부터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이 묻힐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국회 경색으로 6월 국회에서 계획했던 경제민주화법이나 창조경제 관련 법안 통과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문 공개를 하면 국정원은 중국 일본 등 정보기관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여야도 얻을 것이 없다. 결국 안철수 의원만 좋게 된다”고 말했다. “공개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가더라도 우리가 입을 타격이 100이라면 민주당이 입을 타격은 200, 300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 박 대통령 생각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외교적 사안이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되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소모적인 정쟁만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화록 공개로 국민적 혼란을 줄일 필요는 있지만 여야 합의 없이 국정원의 자체 판단으로 공개할 경우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올 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민주당의 국정원장 대통령 수시 독대 보고 주장에 대해 “박근혜정부에서는 국정원장의 수시보고는 없다”고 부인했다.
동정민·고성호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