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40년 김명인 시집 ‘여행자 나무’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소월시문학상, 이산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의 지난 40년 시 세계를 관통한 것은 ‘몸의 기억’이다. 경북 울진에서 태어난 시인은 6·25전쟁 발발에 따른 무의식 속 화인(火印), 전쟁 통에 가족과 단절되면서 깊이 새겨진 정신적 상흔, 고향을 잃고 부랑의 운명을 걸머진 채 헐벗은 몸으로 길 위에 선 이들을 노래해왔다.
1979년 첫 시집 ‘동두천’에서 진흙탕 속에 잠긴 ‘더러운 그리움의 세계’를 육화해냈던 그는 2002년 ‘바다의 아코디언’과 2005년 ‘파문’을 통해 시간과 기억이 우리 몸에 어떻게 새겨지는지를 그려냈다.
반면 젊은 시절의 삶은 불꽃처럼 작렬하는 빛으로 표현돼 있다. ‘되는 대로 미끄러져가며 터뜨렸던/내 삶의 어떤 폭죽들’(시 ‘살이라는 잔고’에서)
실향의 아픔과 방랑의 운명을 상징하던 ‘길’의 이미지는 여전하다. 하지만 몸에 새겨진 상처들과 그 방랑의 시절마저 따뜻이 품는 넉넉함을 보여준다.
‘아직 행려의 계절 끝나지 않았다/어디로도 실어보지 못한 신생의 그리움 품고 나무의/늙은 가지에 앉아/몸통뿐인 새가 울고 있다’(시 ‘여행자 나무’에서)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