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의 패셔니스타’ 中 유자 왕 29일 첫 내한 공연
e메일 인터뷰의 질문마다 딱 부러지는 답을 돌려준 피아니스트 유자 왕. 젊은 연주자이지만 자신만의 세계를 견고하게 지어 나가는 듯했다. 그는 “그저 스스로에게 정직한 연주자이고 싶다”고 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빼어난 초절기교와 색색의 초미니 드레스로 패셔니스타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그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샤를 뒤투아가 이끄는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29일 오후 7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유자 왕은 러시아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22)와 더불어 올해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피아니스트 중 하나다. 올 들어 클래식 대형 내한 연주회 티켓 판매가 저조한 데다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티켓파워가 약한 여성 피아니스트임에도 지금까지 티켓의 70%가량이 팔려나갔다. 앞서 트리포노프는 11, 12일의 첫 내한 리사이틀에서 ‘거물급 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베이징에서 태어난 유자 왕은 여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재즈 퍼커셔니스트(타악기 연주자)인 아버지와 무용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음악을 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15세 때 미국 커티스음악원으로 홀로 유학길에 올랐다. 다른 10대 연주자들이 리허설과 콘서트 때 엄마나 교사, 매니저를 빈번하게 대동할 때도 유자 왕은 혼자 씩씩하게 다녔다.
유튜브에 올라온 유자 왕의 ‘왕벌의 비행’과 ‘터키 행진곡’(아르카디 볼로도스 편곡)은 절정의 속주 솜씨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테크닉에 집중되는 세간의 관심을 그는 단호히 밀쳐냈다. 그는 e메일 인터뷰에서 “나는 기교에 대해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이 없고 그저 연주에 집중했을 뿐이다. 그런 평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했다.
커티스음악원에서 그를 가르친 피아니스트 게리 그래프먼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자 왕은 기량이 뛰어났지만 그런 기술적인 면은 재능 없는 아이들도 죽어라 연습하면 된다. 그는 영민했고 작품 해석이 뛰어났다. 예술적 관심사의 폭이 넓었고 낡은 피아노로도 매혹적 사운드를 만들어 냈으며 자기 비판적이었다. 그런 점이 다른 학생들과 달랐다.”
유자 왕은 “피아노를 치지 않을 때는 책 읽고 미술관 가고 영화 보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사람들이 ‘무슨 운동을 하느냐’고 묻는데, 운동 안 해요. 독서를 정말 좋아해요. 킨들(전자책 단말기)도 갖고 있죠.”
한국 공연 때도 미니 드레스에 부츠 차림을 기대해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입고 싶은 옷을 입을 것”이라고 답했다. 5만∼25만 원. 1577-5266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