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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이재현 체제 흔들… 그룹 권력재편 움직임

입력 | 2013-06-13 03:00:00

檢 수사후 임원들 이미경 부회장 쪽으로 줄서기 소문




CJ그룹과 이재현 회장(53)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강도 높게 계속되면서 CJ그룹의 내부 권력 관계에서도 재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CJ그룹은 그동안 어머니 손복남 CJ 고문(80)이 동생인 이 회장과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55) 간의 그룹 내 위계를 유지하는 ‘교통정리’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 고문의 장악력과 중재 덕분에 남매가 별 다툼 없이 지내 왔다는 것.

그러나 CJ그룹 및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검찰 수사로 이 회장 체제가 위기를 맞으면서 손 고문으로선 ‘새 판’을 짜야 하는데 그 중심엔 당연히 이 부회장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이끄는 CJ E&M은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의 선구자 격인 슈퍼스타K와 보이스코리아의 성공 등으로 대중에게 친숙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부회장이 여성이라는 점도 이미지 회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그룹 내의 권력 흐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면서 이 회장을 따르던 그룹 고위 임원들이 이 부회장 쪽으로 ‘줄서기’를 하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업계에선 오랫동안 잠재돼 있던 그룹 내 갈등 구도가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물 위로 떠오를 조짐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룹 내 권력을 실질적으로 교체하려면 지주회사인 CJ㈜에 대한 이 회장의 지분을 낮추고 이 부회장의 지분을 늘려야 한다. 지난달 분기보고서(3월 31일 기준)를 보면 이 회장의 CJ㈜ 지분은 42.30%로 나와 있고 이 부회장은 지분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CJ그룹 내 지분 형성 과정을 오랫동안 살펴본 검사들은 “손 고문이 마음만 먹으면 (지분 변경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이 회장은 CJ그룹의 지주회사인 CJ㈜를 비롯해 8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겸임하고 있지만 이달 말경 검찰 소환이 다가오면 그룹 내 모든 공식적인 직위를 내려놓고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사에서 800억 원대 횡령 의혹이 새롭게 드러나는 등 구속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자 ‘구속 단계에서 검찰과 다투지 않고 법원 재판에서 석방을 서두른다’는 출구전략을 세웠다는 것이다. 수감과 재판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룹 내 지배권을 이 부회장에게 빼앗길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회장이 최근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을 거론한 것도 이 부회장에 대한 견제 전략의 하나로 해석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사적인 일까지 보좌하던 기존 측근그룹(A팀)이 이번 검찰 수사 국면에서 제 역할을 못했다고 보고 보스턴컨설팅그룹 임원 출신 등을 영입해 새로운 팀(B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CJ 관계자는 “이 회장 사퇴는 언급도 되지 않은 사안이다”라며 “그룹 내에 줄서기는 전혀 없고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구성원이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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