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석은 “미국 백악관 기자실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등을 살펴보려고 책 5권을 구했다”고 했다. 또 “‘우리 기자들은 왜 대통령을 힘들게 하는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미국 기자들과 (백악관) 대변인의 갈등은 우리보다 100배나 심하더라. 그래서 나도 웬만하면 다 참으려고 한다”며 농담을 건넸다.
자신의 ‘주특기’인 홍보 업무를 다시 맡은 데 대해 그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물 만난 고기가 된 심정”이라며 웃었다. 지금까지 홍보 라인의 정무적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터라 청와대 내에서도 이 수석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더욱이 정무수석이 공석인 만큼 ‘대통령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그에게 더 많은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과도한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부담감도 드러냈다. 이 수석은 기자들에게 “가급적 내 이름이 기사에 등장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내가 중심이 되면 안 된다. 나는 (대통령의) 비서일 뿐이다. 공식 발표는 대변인을 통해 하고, 나는 배경 설명을 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정무수석 시절에도 수석실 내부 회의 때마다 “목에 힘을 빼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가뜩이나 ‘왕수석’이라는 말을 듣는 상황에서 ‘로키(low-key·낮은 자세) 행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친박(친박근혜)계의 핵심인 최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뜻을 모를 리 없음에도 ‘의외의’ 주장을 한 것은 당정청 소통이 그만큼 원활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새누리당의 핵심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선 국회가 열리면 특임장관실에서 부처별 주요 법안이나 추진 현황 등 관련 자료를 싹 모아서 당에 보고하고 같이 대책회의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또 “이 수석이 여야를 오가며 많은 일을 하지만 거의 개인기에 의존하고 있다. 하루빨리 당정청, 대야(對野) 소통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구멍’이 난다”고 주장했다.
각종 업무가 이 수석 한 명에게 몰리다 보면 ‘병목 현상’이 벌어질 수 있으므로 소통 창구를 넓혀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재명·이승헌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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