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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9명 강제북송 파문]정부 “라오스에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

입력 | 2013-06-01 03:00:00

라오스 “北감옥 아닌 中으로 보냈을뿐”… 국내외서 라오스정부 비난 목소리




탈북 도운 선교사 부인 “대사관서 도움요청 외면” 탈북자 9명이 라오스에서 추방돼 강제 북송된 당일인 5월 27일 오전 이들의 탈북을 도왔던 선교사 주모 씨의 부인이 주(駐)라오스 한국대사관의 무성의를 한탄하는 내용의 문자를 한국에 있는 시어머니에게 보냈다(왼쪽 사진). 이어 그는 이날 오후 다시 시어머니에게 한국대사관 직원들의 무성의한 행태를 비난하는 메시지를 보냈다(오른쪽 사진). 시어머니는 아들 주 씨나 며느리의 이런 문자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한국대사관 직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100여 차례 전달했지만 우리 외교관들은 아무런 대책도 취하지 않았다고 박선영 전 의원이 주장했다. 박선영 물망초재단 이사장 제공

탈북자 9명의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북한의 요청대로 이들을 추방한 라오스 정부에 대한 국내외의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주한 라오스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북 청소년 9명을 북으로 돌려보낸 라오스 정부의 결정은 유엔난민협약 아동권리협약 등 모든 국제 인권 기준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어 “라오스 정부는 탈북 난민이 북한으로 송환되면 체포, 자의적 구금, 폭행, 강제낙태, 강제노동, 고문 그리고 공개처형에 이르는 반인륜적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서도 탈북 청소년 9명을 북으로 돌려보낸 라오스 정부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라오스 정부는 국제협약과 인권 기준을 존중해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라오스 정부는 9명의 추방 과정에서 수차례 주라오스 한국대사관과 탈북 청소년 9명, 그리고 이들의 탈북을 도운 선교사 주모 씨 부부에게 노골적인 거짓말을 했다. 한국대사관 측에는 지난달 20일경 “22일에는 9명의 신병을 인도해 주겠다”고 했다가 22일이 되자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 후 9명을 추방한 27일까지 끝내 함구했다. 한국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라오스에) 뒤통수를 맞아도 제대로 맞았다. 우리를 철저히 속였다”고 토로했다. 한국은 그동안 라오스를 중점 협력국가로 지정해 상당한 액수의 유무상 원조를 제공해 왔다. 1991년부터 2012년까지 라오스에 제공한 무상원조는 97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탈북자 및 탈북자 지원단체 등의 증언에 따르면 라오스는 이번 9명 이외에도 10여 차례나 더 탈북자들을 추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적인 비난이 거세지자 라오스는 “한국 측이 면담 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책임의 화살을 한국 정부로 돌리는 행태를 보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칸티봉 소믈리스 주한 라오스대사관 공사와의 인터뷰를 인용해 “한국 정부가 라오스에 면담을 요청한 건 탈북자들이 북한에 송환된 다음인 5월 29일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매일 면담 요청을 했다. 공식 면담 요청은 다 기록이 남아 있다”며 WSJ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WSJ에 발언이 인용된 소믈리스 공사는 3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탈북 청소년에 대해 공식적으로 면담을 요청했다. WSJ에 나온 코멘트는 잘못 보도됐다”며 자신의 발언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그는 ‘탈북자가 북송되면 가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 추방한 건 너무 가혹한 처사 아니냐’는 질문에 “그들이 라오스에 계속 머물면 인신매매 등 더 험한 꼴을 당할 수도 있다. 우리는 그들을 중국으로 보냈을 뿐이다. 북한 감옥에 보낸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영일·하정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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