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檢, CJ 3000억대 차명계좌 국세청 자료 확보… 재수사 착수
긴장감 흐르는 李회장 일가 빌라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지 이틀이 지난 23일 서울 중구 장충동 CJ경영연구소(오른쪽)와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 E&M 총괄부회장이 각각 거주하는 빌라(왼쪽)에는 온종일 긴장감이 흘렀다. CJ경영연구소는 지상 5층, 지하 6층 규모로 이 회장이 집무실로 사용해 온 곳이다. 이 회장 남매의 빌라와 이 연구소는 불과 10m 거리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해외비자금 의혹을 주축으로 전방위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법로비 의혹이 또 하나의 뇌관으로 등장한 것이다. 앞으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 그 칼날은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CJ그룹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의 핵심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50년 친구였던 천 회장이 고려대 후배인 이재현 회장의 청탁을 받고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에게 CJ그룹과 이 회장에 대한 선처를 부탁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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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국세청은 2008년 CJ그룹 재무2팀장 이모 씨가 살인미수교사 혐의로 검경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4000억 원대로 추정되는 이 회장의 차명재산 규모가 드러나자 세무조사를 벌여 1700억 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 회장이 막대한 차명재산에 대해 세금만 내고 검찰 고발을 피한 것을 두고 ‘로비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은 CJ그룹을 위한 천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대해 2009년 이미 한 차례 수사를 진행하다 중단한 바 있다. 검찰은 당시 천 회장이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에게서 청탁을 받고 국세청에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해줬다는 의혹을 수사하면서 이 회장 관련 의혹도 포착해 수사를 벌였었다. 당시 수사과정에서 로비 의혹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상당 부분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2009년 5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할 때 이미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이례적으로 주말 조사까지 진행해 가며 이 회장을 3번 불렀지만 이 사실은 한참 뒤에야 언론에 알려질 만큼 조사는 극비로 이뤄졌다. 당시 이 회장 수사를 맡았던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을 단순 참고인으로 불렀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었다.
검찰은 2008년 CJ그룹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천 회장이 모종의 역할을 해 이 회장의 형사처벌을 막아 준 대가로 CJ그룹이 천 회장 회사의 주식을 비싸게 사들였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실제 2009년 수사 당시 천 회장의 세중나모여행 자회사인 세중DMS 지분 38만여 주를 CJ그룹 계열사인 엠넷미디어가 2008년 4월 인수하는 과정에서 CJ그룹이 천 회장 쪽에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줬다는 단서가 포착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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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09년 5월 23일 박연차 게이트로 수사를 받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중수부의 ‘모든 수사’는 중지됐다. 검찰은 5년 만에 CJ그룹 비자금 수사를 통해 CJ그룹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다시 살펴보는 것이다.
23일 천 회장 측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세중나모여행의 IT 자회사는 증자를 위해 투자자를 찾으러 다녔는데 그게 CJ그룹이었다. 그러나 이 거래는 계약이 (세무조사 전인) 노무현 정부 때(2007년 5월) 이뤄졌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본보는 천 회장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직접 통화가 되지 않았다.
전지성·최예나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