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프로골프 상금왕을 거쳐 2012년 미국 PGA 투어로 진출한 배상문이 20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포시즌스TPC에서 열린 HP 바이런넬슨 챔피언십에서 PGA 첫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제공|캘러웨이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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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으로 캐디 자처…지극 정성 후원
경기 부진에 호통…출입정지 당한 일도
아들 경기 당일 절 찾아 밤새워 불공
“꿈에서 꽃다발 받아” 우승 예견 길몽
이젠 골프장서 소리지르는 일 없을 것
맹모삼천지교 못지않은 배모삼천지교(裵母三遷之敎)! 배상문(27·캘러웨이)의 성공 뒤엔 어머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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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로는 최경주(43·SK텔레콤), 양용은(41·KB금융그룹)에 이어 세 번째 PGA 투어 우승자가 됐다. 재미교포를 포함하면 앤서니 김(27·나이키골프) 케빈 나(30·타이틀리스트), 존 허(23)에 이어 여섯 번째다.
또 배상문은 한국인(재미교포 제외)으로 PGA 투어에서 우승한 최초의 20대 선수가 됐다. 최경주는 32세(2002년 컴팩클래식), 양용은은 37세(2009년 혼다클래식)에 첫 우승을 신고했다.
무엇보다 어머니의 ‘후원’이 컸다.
배상문에게 어머니 시옥희(57) 씨는 특별한 존재다. 평범한 모자(母子)가 아니다. 시 씨는 아들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절을 찾는다. 20일(한국시간) 대회 마지막 날에도 시 씨는 경남 합천의 해인사에서 불공을 드렸다. 매번 해온 일이지만 이번엔 느낌이 달랐다. 그리고 예감 좋은 꿈까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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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씨의 일상은 이렇듯 늘 아들과 함께 한다. 한마디로 지극정성이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어머니는, 아들의 경기에 따라가지 못할 때는 절을 찾는다. 그리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불공을 드리는 게 당연한 일이 됐다.
그는 아들을 홀로 키웠다. 그래서 때론 ‘극성’이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그건 시 씨만의 특별한 가르침이었다.
배상문은 어머니의 교육에 대해 “나에겐 보약”이라며 “억척스럽게 행동하시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찡할 때가 많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배상문은 2011년 일본프로골프투어 상금왕에 오른 뒤 “어머니는 나만을 바라보고 계신다. 나에게 어머니는 코치이면서 친구이자, 멘토다. 혼자의 몸으로 모든 역할을 다 하신다. 어렸을 때는 어머니의 잔소리가 듣기 싫을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철이 들었는지 어머니의 잔소리가 약으로 들린다. 어머니가 계시지 않았더라면 나 역시 없었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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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시 씨는 아들을 위한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4월 발렌타인 챔피언십 때의 일이다. 배상문은 PGA 투어 출전을 마치고 급하게 귀국했다. 서둘러 오다보니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잘 못 잤다. 그 때문에 목 부위의 근육이 뭉쳤다. 대회 하루 전, 프로암에 나가려던 배상문은 목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 결국 프로암에서는 스윙 한번 해보지 못하고 9홀 동안 걷기만 했다.
시 씨는 아들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때도 해인사에 있다가 서둘러 서울로 올라왔다. 다음날 경기를 치러야 하니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 자칫 초청선수로 출전했다가 기권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었다.
시 씨는 “밤새 지인들에게 전화해 치료를 잘한다는 곳과 통증이 빨리 낫는 약을 찾아다녔다. 하루 종일 수소문한 끝에 결국 서울에 있는 한 의료원을 찾았고, 통증에 좋다는 약도 구했다. 그날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정성에 배상문은 다음날 정상적으로 대회에 출전했다.해인사에서 아들의 우승 소식을 전해들은 시 씨는 “아들이 이제 PGA 투어에서도 우승했으니 더 이상 간섭하지 않겠다. 앞으로 골프장에서 소리 지르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