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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찬식]‘반구대 청장’

입력 | 2013-05-18 03:00:00


변영섭 문화재청장은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는 운동을 10년 넘게 해 왔다. 국보 285호인 반구대 암각화는 약 7000년 전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이 바위에 동물과 사람 모습을 300점 이상 새겨놓은 것이다. 이 그림은 1970년대 이후 1년 중 절반 이상 물에 잠겨 있다. 물 속에 있는 바위는 보통 바위보다 빨리 부스러진다. 이미 훼손이 많이 진행된 상태다. 그를 임명한 박근혜 대통령과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 운동을 하면서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변 청장은 문화재청장 취임식에서도 “이 시대 후손의 불찰로 국보문화재가 긴 세월 ‘물고문’에 시달리며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반구대 암각화를 ‘우리 문화재의 맏형’이라고 부른다.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재라는 뜻이다. ‘그림으로 쓴 역사책’이라는 표현도 한다. 그에게 ‘반구대 청장’이라는 별명이 따라 다닐 만하다.

▷문화재청은 반구대 대책을 놓고 울산시와 장기간 맞서고 있다. 울산 지역 주민들도 반구대 암각화를 자랑스러운 문화재로 생각하는 것은 똑같지만 암각화를 물에 잠기게 만드는 사연댐이 주민들의 식수원이라는 점에서 문화재청과는 입장이 약간 다르다. 변 청장은 ‘원형 보존’에, 울산시는 ‘식수원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하지만 서로 맞서기만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훼손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최근 임시제방을 쌓아 먼저 보존에 주력한 뒤 해법을 찾는 ‘제3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변 청장은 “사연댐 수위를 낮춰 원형을 보존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는 올해 10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한국문화재 전시회에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출품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너무 자주 해외에 나간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 않아도 반구대에 대한 변 청장의 지나친 열정은 문화재청을 이끄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재청장은 특정 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행정 전반을 살피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변 청장은 문화재 관리에도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뒀으면 한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