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금융위기 거치며 중산층 감소… 소득 양극화 속도 세계서 가장 빨라
○ 지난 20년 내내 중산층 줄고, 빈곤층 늘어
한국사회의 소득 불평등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중산층은 줄고 빈곤층은 늘어나는 추세다. 중위소득(전 국민을 소득에 따라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의 소득) 50∼150%를 기준으로 한 중산층의 비율은 1995년 75% 수준에서 최근에는 67∼68%로 급락했다. 반대로 중위소득 50% 이하 빈곤층 비율은 1990년대에는 한 자릿수에 그쳤지만 2011년에는 12.4%까지 치솟았다. 다만 이 분배지표들은 최악이었던 2009년을 고비로 최근에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게 위안거리다.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한국의 지니계수 등 소득불평등 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이고, 빈곤율은 평균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 대기업-수출중심 경제정책 틀 안변해
한국사회의 분배지표가 나빠진 결정적인 계기는 1997년 외환위기였다. 2000년대에 들어선 뒤에도 카드사태가 터지며 중산층 가정의 빚이 크게 늘었고, 최근 저성장 및 고용둔화 흐름에 따라 청년들의 중산층 진입 경로가 차단돼 양극화가 고착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자본의 세계화 자유화에 따른 ‘승자 독식’, 기술 발전에 의한 ‘고용 없는 성장’ 현상도 소득불평등 악화에 한몫을 했다.
이런 사회 흐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수출 중심 경제정책의 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대-중소기업, 고소득-저소득층 간의 양극화 문제가 국정과제로 본격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사실상 지난 정부 후반기에 들어서였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1980년대 이후에는 경제 성장이 자동적으로 분배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의 소득 재분배 정책을 필요로 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분배 정책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기껏해야 ‘극빈층을 위한 생활보호’ 정도의 개념에 그쳤다”고 진단했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