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관련 평생 쓴 논문 모아 책 낸 최동호 고려대 교수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정지용 3부작’을 끝낸 최동호 고려대 교수. 최동호 교수 제공
스물여덟 살의 국문학도는 서울 인사동 경문서림에서 어렵게 이 ‘불온서적’을 손에 넣었다. 그 시집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풀칠이 돼 붙어 있는 두 장을 가만히 물에 불려 펼쳐보니 시 ‘붉은 별’이 나왔다. “서정성 짙은 시였지만 ‘붉은’이라는 말 자체가 금기시되던 상황이니 누가 풀칠을 해놓은 것 같았다”며 최 교수는 웃었다.
정지용은 그렇게 조심스럽고 신비하게 최 교수에게 다가왔다. 서너 편만 쓰자던 논문은 어느새 15편이 됐고, 그 사이에 30여 년이 훌쩍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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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정지용에 대한 문단의 비판을 반박하다가 논문 편수가 늘었다고 했다. “정지용을 보통 기교주의자라고 비판을 하는데, 잘못됐다고 봐요. 정지용의 기교 속에서는 깊은 정신적인 탐색과 우리 전통에 대한 해석이 있지요. 토속어로 한국어의 ‘말 맛’을 시적으로 펼치는 데는 그만한 시인이 없지요.”
이번 논문집에는 최 교수가 새로 발견한 사실도 담겨 있다. 휘문고등보통학교 시절 정지용이 1923년 1월 학교 문예부에서 발간한 ‘휘문’ 창간호에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의 연작시 ‘기탄잘리’ 중 9편을 번역 소개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최 교수는 8월 25년 동안 섰던 고려대 강단을 떠나 정년퇴임한다. ‘3부작’을 정년 전에 마쳐 후련하다고도 했다. “강단을 떠나면 제 고향인 수원 (팔달구) 남창동으로 돌아갈 겁니다. 가서 후배들에게 시 창작 강의도 하고 시를 사랑하는 마음을 전해야죠.”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