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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세계 최고 위스키 ‘몰래 나눠먹기’

입력 | 2013-05-07 03:00:00

16일 개봉 ‘앤젤스 셰어’



켄 로치 감독의 훈훈한 코미디 영화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 티캐스트 제공


영국의 거장 켄 로치 감독(77)은 사회적 메시지를 거친 톤으로 그려낸 영화를 선보여 왔다. 아일랜드의 독립운동을 담은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년), 스페인 내전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 묻는 ‘랜드 앤 프리덤’(1995년)에 그의 색깔이 잘 드러난다. 그는 얼마 전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장례식에 대해 “그의 장례식을 민영화하자. 경쟁 입찰에 붙여 가장 싼 업체에 맡기자. 대처 본인이 원한 것도 바로 이런 방식일 것이다”라는 독설을 남겼다.

까칠한 그에게도 의외의 부드러운 면이 있다. 16일 개봉하는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는 그가 연출한 따뜻한 코미디 영화다.

배경은 영국의 시골 마을. 사고뭉치 청년 백수 로비(폴 브래니건)는 폭행 사건에 연루돼 법원에서 사회봉사명령을 받는다. 그는 명령을 집행하는 공무원의 집에서 난생 처음 몰트위스키를 맛보고 자신이 예민한 후각과 미각을 타고났음을 알게 된다. 사회봉사를 함께 하는 껄렁한 친구들과 위스키 경매에 참가했던 로비는 경매장에 나온 세계에서 제일 비싼 위스키의 일부를 잠시 ‘빌리는’ 계획을 짜고 위스키가 보관된 스코틀랜드의 한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영화는 위스키를 얻기 위해 로비 일행이 벌이는 해프닝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티격태격 의견 충돌로 자꾸만 계획이 일그러지는 로비 일당의 모습이 퍽 재밌다. 영화 스타일은 로치 감독답지 않게 부드러워졌지만 메시지는 여전하다. 주제를 좀 촌스럽게 표현하자면 ‘함께 나눠 먹고 살자’이고, 고급스럽게 말하자면 ‘상생’이다. 재벌 기업이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빵집 사업에서 손 떼고 공생을 모색하듯 영화도 나눔을 목 놓아 부르짖는다.

‘앤젤스 셰어’란 오크통에 담긴 위스키가 자연증발로 조금씩 공기 중으로 사라지는 현상을 뜻한다. 이 용어에 영화의 결말을 유추할 수 있는 힌트가 담겨 있다.

로치 감독은 이 영화로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3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15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