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
정신이 맑아지기는커녕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이 느낌, 굉장히 익숙한데, 언젠가 경험한 것 같아.”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1번 1악장 서두에 이 모든 소리의 풍경이 차례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새소리를 묘사하는 목관, 무대 뒤에서 부는 나팔 소리, 쿵 하는 소리.
여관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쿵 하는 소리 뭐였죠?” “오늘 노동절이잖아요. 축포 소리예요.” “나팔 소리는요?” “노동절 퍼레이드의 금관 합주죠.” 바로 11년 전 5월 1일,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 호반이었습니다.
말러는 1번 교향곡 개정판을 발표한 1893년, 할슈타트 호에서 멀지 않은 아터 호반에 작업실을 냈습니다. 그는 높은 산과 호수가 어울리는 이 지역의 풍광을 평생 사랑했습니다. 휴일 호반의 새벽에 느낀 모든 것을 그는 교향곡 1번 서두에 집어넣었고, 우연하게도 제가 5월의 어느 날 그것과 똑같은 세계를 귀로 느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교향곡 1번의 서두 부분에서 더욱 흥미로운 것은 곡이 시작되자마자 등장하는 현악의 높은 A음입니다. 신경의학자들은 이를 “외부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을 때, 한밤중이나 새벽에 귀가 느끼는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나타낸다고 설명합니다. 이 소리에 이어 아침 풍경의 묘사가 등장하는 것을 보아도 이 부분은 아무런 청각적 자극이 없는 새벽을 나타낸다는 분석은 자연스럽습니다. ‘신호 없음’까지 소리로 표현할 정도로 말러는 정밀한 세부 묘사에 집착했나 봅니다.
말러의 예술적 야망은 1000명 가까운 연주자가 등장한다고 해서 ‘천 인의 교향곡’으로 불리는 교향곡 8번에도 나타납니다. 그는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곡은 우주가 울리는 소리를 담고 있다”는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자기도취로선 스케일이 천문학적인 셈이죠. 그런 자존감이 오늘날 그를 숭배하는 수많은 ‘말러리안’을 낳은 것이 아닐까요. blog.daum.net/classicgam/5
유윤종 gustav@donga.com
▲ 동영상 = 우주와 맞짱뜬 말러의 스케일, 교향곡 1번 1악장
▲ 동영상 = 우주와 맞짱뜬 말러의 스케일, 교향곡 8번 2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