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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百 “전통시장 훨훨 날수있게 경영노하우 지원”

입력 | 2013-04-29 03:00:00

■ ‘상생TF’팀장 맡은 정승인 마케팅부문장




정승인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은 “시장에서 직접 만나본 상인들은 매우 적극적이었다”며 “상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제공

“아무리 좋은 비행기라도 항법장치나 조종사가 없으면 덩치 큰 기계에 불과합니다.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제대로 된 경영 노하우와 마케팅 전략을 전달해 이들을 날아오르게 만들고 싶습니다.”

‘활기차고 재미있는 전통시장 만들기’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롯데백화점의 정승인 마케팅부문장(전무)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유통업계가 갖고 있는 노하우를 제공해 전통시장이 살아날 수 있는 롤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롯데백화점이 이번 달부터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전국의 8개 전통시장과 함께 진행하는 상생 활동이다. 정 부문장은 롯데백화점에서 전통시장 상생발전 태스크포스(TF)팀장을 겸임하고 있다.

정 부문장은 전통시장이 침체된 이유로 우리나라의 쇼핑 환경과 소비자의 생활양식이 함께 변화했다는 점을 꼽았다. 시장을 주로 방문하는 30, 40대 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대형마트를 선호하게 됐다. 또 자동차를 이용해 장을 보는 사람이 늘면서 주차장 등 부대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전통시장 침체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작지만 아름다운 전통시장’ 모델을 제시했다. 정 부문장은 “중학생 시절 어머니와 함께 장바구니를 들고 2시간 동안 시장을 누비며 간식을 얻어먹곤 했다”며 “추억과 스토리가 있는 특색 있는 시장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시 낭송 이벤트, 난타 공연, 시네마데이 등 각 시장의 특성에 맞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백화점의 핵심 노하우 중 하나로 꼽히는 차별화된 이벤트 기획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정 부문장은 2009년 당시 롯데백화점 창립 30주년 기념행사 때 3억 원 상당의 ‘우주여행’ 경품행사를 펼친 마케팅의 귀재답게 전통시장에 맞는 마케팅 방법과 서비스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정 부문장은 1000쪽이 넘는 직원용 매뉴얼 대신 전통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25쪽짜리 ‘전통시장 서비스 점포 관리 안내서’를 특별 제작해 상인들에게 나눠줬다. 또 시장 입구에 안내 지도를 부착하는 한편 대전점과 부산본점, 대구점은 시장 방문객을 위해 백화점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했다. 앞으로는 시장 점포의 품목 배치나 가격표 정돈을 돕는 등 비주얼 머천다이징에도 신경을 쓸 계획이다.

정 부문장은 ‘전통시장 상인이라도 아무나 돕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했다. 프로젝트 시작 전 미리 상인회와 접촉해 자활 의지가 있는 곳을 우선 선정했다. 담당 팀원들에게는 어려운 상인을 먼저 찾아 도우라고 지시했다. 그는 “건물을 두세 채씩 가지고 있는 부유한 상인이 아니라 월 50만 원씩 자릿세를 내면서도 하루에 한 시간도 자리를 비우지 못하는 영세 상인들을 먼저 도울 것”이라며 “외국에서도 벤치마킹할 수 있는 특화된 시장이 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