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주민 오가게 담장 허물고 통로 40곳 조성 추진… 11개 단지 동의작년에는 市-주민 갈등으로 좌절… “이동거리 줄고 주민 교류 늘 것”
광주지역 아파트는 35만6900채(2011년 기준)다. 지역 전체 주택 수가 54만4900채이니 시민 10명 중 7명은 아파트에 사는 셈이다. 광주시민의 아파트 거주 비율은 타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아파트 거주자들은 위아래 층이나 심지어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웃 단지는 말할 것도 없다. 광주시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 간에 벽을 허물기 위해 소통길 조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소통길은 아파트 단지 간, 또는 아파트 단지와 공원·보행로로 이어지는 담장 일부를 허물고 출입문(통로)을 만들어 주변에 나무 등을 심는 사업이다.
○ 첫 소통길 조성 왜 좌절됐나?
지난해 3월 5일 시청에서 열린 시민과 만남의 날 행사에서 광산구 신창동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 중간에 서로 오고 갈 수 있는 소통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강운태 시장은 “소통길이 신뢰, 협력의 지역공동체 조성에 좋을 것 같다”며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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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민들 주장은 달랐다. 신창동의 한 아파트 주민자치위원 A 씨는 “아파트 단지 간에 소통길을 만드는 것을 대부분 찬성해 추진하려 했지만 뒤늦게 참여한 광주시가 공사를 일괄 입찰하려 하는 등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또 “각 아파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행정 주도로 진행하려다 보니 자치위원들이 소통길 조성에 참여하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동주민센터와 함께 소통길 조성을 자율적으로 진행한 뒤 광주시가 예산집행 명세를 확인했더라면 성공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 닫힌 마음 열면 편하다
광주시는 지난해 소통길 조성사업 예산 9000만 원을 확보했지만 사업을 추진하지 못해 올해로 사업비를 넘겼다. 올해는 예산 1억 원을 확보했다. 올 1월부터 2개월간 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소통길 조성 대상을 파악했다. 소통길 조성에 동의한 아파트는 광주 서구 3곳, 북구 1곳, 광산구 7곳 등 모두 11곳이다. 광주시는 올해 아파트 단지 40곳에 소통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구청들은 소통길 확산을 위해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소통길에는 주민들 간 신뢰, 협력을 넘어 편리함도 있다. 신창동의 한 아파트는 옆 아파트와 사이에 출입문이 없어 주민들이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1km를 돌아가고 있다. 출입문이 생길 경우 수백 m만 걸어가면 시내버스를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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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