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원 돌아보며 ‘어메이징’… 웃장 국밥 맛에 ‘원더풀’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의 꽃재배장을 화려하게 뒤덮은 히야신스 꽃밭. 뒤편 구릉 위로 한국정원의 누각이 보인다. ‘지구의 정원’을 주제로 순천시에서 20일 개장하는 이 박람회에서는 수목원과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네덜란드 등 23개국의 83개 정원을 조성해 10월 20일까지 전시한다. 순천=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그 순천에서 20일부터 6개월간 기막힌 이벤트가 펼쳐진다. ‘세계환경엑스포’라 불릴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ECOGEO 2013)’다. 개막에 앞서 부산한 순천을 둘러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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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지리 아닌 향토 본색의 순천
그런데 그걸 어부지리라 한다면 섭섭한 일이다. 사실 순천은 역사, 지리, 전통적으로 이 지역 중심이다. 영호남을 잇는 동서횡단 경전선(부전∼광주송정역)과 반도 남북을 잇는 전라선 교차가 이를 방증한다. 전라선도 1936년 전주∼순천, 순천∼여수 철도가 순천서 연결되고서야 비로소 그 이름을 얻었으니 오가기 쉬운 사통오달의 지형 기반이 순천의 핵심이다.
‘하멜표류기’를 쓴 하멜(1630∼1692)을 보자. 조선에 억류(1653∼1666년)된 13년 중 7년을 강진(병영면)에서 보냈는데 ‘하멜표류기’와 조선역사서엔 ‘순천’으로 기록됐다. 당시 순천도호부에 속해서다. 강진뿐일까. 화순 구례 고흥 여수 광양 보성까지 죄다 15세기부턴 순천도호부 관할이었다. 1601년까지 삼수군통제영이었던 전라좌수영(여수)도 같다. 당시는 이곳도 ‘순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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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웃장이 열렸다. 순천도호부 시절 읍성 터인 구도심 한복판이다. 상가 세 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은 바리바리 싸온 산나물이며 각종 먹을 것을 길바닥에 늘어놓은 촌로의 노점 때문에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댔다. 그걸 비집고 들어서니 ‘웃장’이란 간판이 붙은 아케이드(두 건물 사이 통로에 지붕을 씌워 조성한 실내)가 보였다. 그 안은 깔끔한 식당골목인데 열네 곳 모두가 돼지국밥집이다. 집집마다 직접 삶아 뼈를 뺀 돼지머리가 수북이 쌓였다. 그리고 어느 집 할 것 없이 손님들로 가득 찼다.
9월 8일 ‘국밥데이’ 발상지-웃장 국밥골목
국밥이야말로 우리시장문화의 최고봉. 15년 전만 해도 웃장 국밥집은 셋뿐이었고 6년 전까지도 수육 서비스는 없었다. 오전 11시 전에 찾는 손님도 없었고. 하지만 10∼15분씩 기다렸던 점심 때 맛보기로 낸 수육이 인기를 끌었고 그 덕분에 손님이 늘자 자연스레 골목 안 모든 식당이 수육을 서비스하게 됐다. 그리고 이게 입소문 나면서 국밥집도 열네 곳으로 늘었다. 최근엔 ‘웃장국밥’을 상표등록하고 ‘국밥데이’(9월 8일)까지 만들었다. 지난해 첫 국밥데이에선 시장번영회(회장 조동옥·59)가 식당 주인과 함께 장마당에 솥을 걸고 국밥 1250그릇을 끓여내 판매했다.
이번엔 아랫장을 찾았다. 순천역 근방의 동천변인데 규모는 웃장의 4배다. 하지만 상설시장을 겸한 웃장과 달리 아랫장은 장날만 섰다. 그리고 노점행상이 많은 웃장과 달리 외지상인이 트럭으로 가져온 농수산물이 많단다. 그래서 장이 안 서는 평소엔 썰렁하다. 물론 식당만큼은 늘 문을 여는데 웃장국밥에 비길 바는 못 돼도 명물 먹거리가 있었다. 명태머리전과 칠게튀김이다. 특별한 맛은 없어도 장터에서 막걸리 받아 안주 삼아 먹을 만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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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에선 꼭 들러야 할 곳이 많다. 순천만 갈대밭을 비롯해 선암사 송광사 낙안읍성 등등. 하나 더한다면 낙안읍성 옆 ‘뿌리 깊은 나무 박물관’이다. 재야국어학자 한창기 선생(1936∼1997) 기념관으로 1960년대 서적 외판원을 시작해 ‘한국브리태니커’(영어백과사전 브리태니커의 한국지사) 설립자(1968년)이자 순 한글 가로쓰기 편집의 시원인 기념비적 잡지 ‘뿌리 깊은 나무’(1977년)와 ‘샘이 깊은 물’(1984년)을 창간한 출판인이다. 또 수많은 민예품과 도자기를 모아 그 아름다움을 알린 수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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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원박람회 가이드
박람회장은 순천도심을 흐르는 동천 주변의 풍덕동과 오천동 일대의 논. 담양 소쇄원을 축소 재현한 한국정원을 비롯해 네덜란드 풍차정원, 이탈리아 계단정원 등이 영국의 정원설계자 찰스 젱크스의 ‘순천호수정원’을 중심으로 들어섰다. 또 동천으로 나뉜 박람회장의 동서지역은 설치미술가 강익중 씨(상하이엑스포 한국관 설계자)의 작품인 ‘꿈의 다리’로 오가는데 컨테이너 연결통로 형태의 다리 실내는 전 세계 어린이가 자신의 꿈을 그려 보낸 14만 점의 작은 그림으로 장식됐다.
박람회는 색다른 모습의 다양한 정원을 걸어서 감상하는데 ‘순천만 국제습지센터’ 실내에선 3D 영상도 본다. 박람회장과 순천만은 5.2km 거리. 순천만(20.45km²)은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하나로 5km²가 갈대군락이다. 입장료는 1만6000원. 예매는 홈페이지(www.2013expo.or.kr)에서 하면 된다. 1577-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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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 기간엔 전라선(용산∼여수) KTX 운행이 12회에서 16회(이상 왕복)로 늘어난다. 증편 열차는 서울역 오전 7시 35분, 용산역 오후 3시 15분 출발한다. 경전선(부전∼광주 송정) 무궁화호도 한 편 추가(부전역 오전 8시 25분 출발)된다. 코레일은 순천역∼박람회장 셔틀버스도 운행(1100원·10분 간격)한다. 박람회장 안에는 코레일정원도 조성했다. 정원 내 330m²(약 100평) 규모의 미니정원에서 운행되는 꼬마기차를 타면 코레일의 과거와 미래를 다양한 이미지로 즐길 수 있다.
▽주요 역 여행센터 △서울역 02-3149-3333 △용산역 02-3780-5555 △영등포역 02-2639-3638 △대전역 042-253-7960 △부산역 051-440-2533 △천안아산역 041-549-8788 △익산역 063-855-7715 △마산역 055-250-4305 △진주역 055-755-7748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