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남과 다른 앵글로 세상을 보라”
구본창 사진작가는 “창의성은 결국 남과 다르게 해석하려는 노력”이라며 “선입관을 갖지 않고 새로운 해석을 내릴 때 창의성이 발현된다”고 강조했다. 구본창 사진작가 제공
―작품이 대중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작가는 작품의 성공을 위해서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작품에 대한 선호가 따라 오는 것이다. 하지만 구태여 그 이유를 말한다면 제 사진에는 다른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고 잃어버린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가 들어있는 것 같다. 이해하기 어려운 다른 현대적인 작품보다는 제 작품이 감성적으로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 다른 요인으로 영화 포스터, 광고사진 등 상업사진으로 먼저 대중과 친해진 게 도움이 됐다.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1987년)과 임권택 감독의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년), ‘장군의 아들’(1990년), ‘서편제’(1993년) 등의 영화 포스터를 찍었고 소설가 신경숙과 최인호 씨가 책을 낼 때도 내 사진이 쓰였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국내에서 찍었지만 ‘버터 냄새’가 나게 찍었다. 촌스럽지 않게. 사대주의랄 수도 있지만 과거에는 우리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을 많이 했다. 1980년대까지는 국내 사진에서 현대적인 감성은 부족했다.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뒤 일종의 세련미랄까, 서양에서 통용되는 기법을 한국에 도입하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작품에서 촬영의 대상이 된 모델의 스토리와 인격을 보여주려고도 노력했다. 다른 작가들은 모델을 찍을 때 모델의 미모와 옷의 화려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나는 이 모델은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 이 사람의 얼굴에서는 어떤 분위기가 풍길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모델의 스토리를 나름대로 조금 다르게 해석해 작품에 반영했다”
“다산 정약용이 생전에 책을 많이 썼다. 너무 다작을 해서 가치가 없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어떻게 책을 많이 쓸 수 있었나 궁금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정약용은 한 가지 일을 해서 나온 여러 정보를 분류해서 저장했다. 다른 분야와 관련된 책을 쓸 때 저장된 내용 중에서 관련이 있는 부분을 찾아서 사용했다. 그 결과 빠르게 책을 쓸 수 있었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작품을 쓸 때 서랍에서 소재를 하나씩 꺼낸다고 했다. 나도 이런 방식을 활용했다. 컴퓨터 안에 폴더가 많듯이 내 머릿속에는 폴더가 많다. 경영인도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아이디어 씨앗이 많아야 한다. 삼성도 일찌감치 디지털 분야의 씨를 뿌렸고 이후 휴대전화와 가전제품 등으로 수확했다. 나도 항상 서너 가지의 작품 주제를 진행하고 있다. 머릿속에는 대여섯 가지의 아이디어 씨앗이 자라나고 있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창의성은 결국 남과 다르게 해석하려는 노력이다. 보통 사람들은 선입관을 갖고 남들이 만든 지식에 맞춰서 ‘이것은 이렇다’라고 정의한다. 창의성은 ‘이것은 이렇다’라는 선입관을 낯설게 보는 것이다. 다시 내 눈으로 관찰하고 새로운 해석을 할 때 창의성이 나타난다. 우리는 주어진 정보에서 ‘이것은 이렇다’고 넘어가는 경향이 짙다. 이러면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없다. 한 영국 유학생이 투박한 전기코드를 접을 수 있게 만든 사례가 있다. 노트북을 들고 다닐 때 코드를 꽂는 부분이 너무 크고 불편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얇고 쉽게 접히는 코드를 만든 것이다. 또 여행용 트렁크 바퀴가 예전에는 한쪽으로만 이동할 수 있도록 돼 있었는데 요즘에는 쉽게 여러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바꾼 제품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것이 불편하면 그게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혁신적인 사람들은 이런 불편을 신제품 개발 기회나 사업 기회로 연결한다. 작은 것이라도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와 관심이 창의성의 원동력이다”
―촬영한 사진 중에서 좋은 사진을 고르는 작업이 만만찮다. 골라내는 기준은 무엇인가.
―사진을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진을 찍기 전 미리 피사체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연극배우를 찍는 사진작가가 연극에 대해 전혀 모르면 배우를 이해할 수 없고 배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어떤 배역을 했고, 어떤 톤의 목소리를 가졌는지 등을 최소한 알아야 한다. 또 평소에 신문이나 잡지 등 언론 매체를 통해 얻은 정보 가운데 중요한 것은 쌓아뒀다가 작업을 할 때 관련이 있으면 꺼내서 사용한다. 백자를 찍을 때 미리 백자에 대한 자료를 준비해뒀다면 지금 백자를 새로 접한 사람보다 몇 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 구본창 작가는? ::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함부르크 조형미술대에서 사진디자인 전공으로 디플로마(Diploma)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와 박건희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과 샌디에이고사진박물관, 피바디에섹스박물관 등 국내외 유명 미술관 등에서 30여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60여 차례 단체전에 참여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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