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쟁이 가르쳐 무대 세우는 게 최고 보람”
서울 영등포구 신영초등학교의 풍물패 ‘차오름’ 학생들과 전문선 지도교사(둘째 줄 왼쪽)가 13일 한강 여의도 봄꽃축제에서 공연을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전 교사는 벌써 34년째 교단을 지키고 있다. 내년 2월이면 정년퇴임하지만 지금도 주말이면 학생들을 이끌고 공연을 다닌다. 힘든 일은 피해도 될 경력이지만 신영초에서는 5년 내내 4, 5학년 담임을 자청했다. 또 풍물패를 지도하려고 매일 오전 7시 반에 출근한다. 학교 한편 동아리방에서 아침마다 40분가량 연습한다. 토요일에도 나와 가르친다. 그는 마흔일곱 살 때 교사 동아리에서 장구를 배우면서부터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힘껏 악기를 두드리면 답답한 마음을 풀 수 있고 공연을 다니면 자신감도 키워 줄 수 있겠구나 싶어서였다.
그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공연을 볼 때마다 학생들이 고마워서 울었다. 전근하기 전 5년간 일하며 풍물패를 이끌었던 구로구의 개봉초와 오류남초, 신영초 모두 주변 여건이 열악한 편이다. 30명가량인 풍물패에는 가정형편이 유난히 어렵거나 말썽을 부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들이 오랫동안 배워 공연을 마치는 것만큼 고마운 일이 없다. 그는 “친구나 선생님과 제대로 얘기도 안 하던 녀석과 ‘밀고 당기기’ 하면서 악기 연주에 재미를 붙이게 하고 무대에 서게 하는 것만 한 보람이 없다”고 말했다.
공연에서 북을 친 4학년 김선경 양(10)의 어머니 황정희 씨(42)는 “풍물반은 3학년 때 시작했고 올해는 마침 전 선생님이 담임교사가 됐다”며 “엄하게 지도한다는 점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에게 후배 교사들에게 해 줄 조언이 없느냐고 물으니 조용히 고개를 젓는다. 지금 교사들은 모두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러자 그가 ‘비결’은 없다면서도 교사로서의 신념을 얘기해 줬다.
“학생들을 꽃 피우려면 정성껏 다가가서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