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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스승이 본 백성희 서울대 교수

입력 | 2013-04-11 03:00:00

생명과학 大家의 비결은 ‘긍정 마인드’




정진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왼쪽)는 제자에서 동료로 성장한 백성희 교수가 대견하기 그지없지만 너무 연구에 매달릴 때는 가끔 말리기도 한다. 두 사람이 1일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다정하게 서 있는 모습. 백성희 교수 제공

교수에게 대학생활 가운데 가장 보람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거의 모두가 제자가 장성해 학문적으로 대가가 되는 과정이라고 답할 것이다. 나에게는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제자가 백성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43)다.

백 교수는 내 실험실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미국 샌디에이고대의 로젠펠드 교수 실험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낸 뒤 서울대 생명과학부에 동료 교수로 부임했다. 이제는 자타가 인정하는 전사(transcription·DNA를 원본으로 사용해 RNA를 만드는 과정)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로 성장했다.

생명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자가 평생 단 한 편의 논문을 게재하기가 어렵다는 셀(Cell)이나 네이처(Nature)는 물론이고 이들의 자매지인 몰레큘러 셀(Molecular Cell) 등에 해마다 논문을 낸다. 또 내로라하는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 강연자로 초청되는 일이 부지기수이니 스승으로서 기쁘고 흐뭇하고 자랑스럽고 고마울 뿐이다. 솔직히 더 칭찬을 해 줄 좋은 말이 없어서 아쉽다.

여기서 하나 꼭 언급해야 할 사실은, 백 교수가 국제학회에 다녀올 적마다 위스키가 들어 있는 초콜릿을 사다준다는 점이다. 앞서 내가 얘기한 기쁨과 자랑스러움 같은 감정이 모두 녹아들어 한마디로 꿀맛이다.

과학을 하는 모든 사람이 부러워할, 세계적인 연구를 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명석한 두뇌라는 답은 너무 당연하다. 진부하다. 내가 보는 바로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음이 비결 중의 하나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연구자가 심혈을 기울여 수행한 실험에 좋은 결과를 얻고픈 심정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그에 대한 조바심 또한 숨길 수 없다. 백 교수는 한결같이 긍정적인 마음과 함께 연구활동을 한다. 혹자는 남의 마음을 어떻게 알 수가 있느냐고 하겠지만 미국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보낸 4년을 제외하고는 대학원 시절부터 현재까지 얼굴을 찡그린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에 반해 웃음이 너무 많아 탈이라고 할 정도이니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 교수와 나는 같은 층의 연구실을 사용하니까 복도에서 만나는 일이 자주 있다. 어느 날 “연구는 잘돼 갑니까?”라고 물으면 “그럼요, 성희가 하는 일인데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자신감이 흠뻑 밴, 백 교수의 긍정적인 마음이 중요한 비결임이 분명하다.

또 한 가지 비결은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에 대한 열정이다. 반쯤 열어 놓은 그의 연구실 문 앞을 지나갈 적마다 수없이 본 장면이 있다. 대학원생들과 실험 결과를 놓고 밤늦게까지 대화하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너무 진지하다. 대학원생 한 팀과의 면담이 끝날 시간이 되면 다른 한 팀이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솔직히 지독하다.

그래서 필자는 간혹 연구실 문틈으로 얼굴을 들이대며 “백 교수, 학생 그만 괴롭히고 집에 가서 좀 쉬며 애들도 보살피세요”라고 한다. 백 교수에게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두 딸이 있다. 다행히 친정 부모가 애들을 보살핀다고 한다. 그분들 덕분으로 연구에 열정을 쏟을 수 있으니 그가 이뤄놓은 탁월한 업적 가운데 적어도 반은 부모의 몫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세계적인 대가의 반열에 오른 딸이 얼마나 자랑스러우실지 궁금하기만 하다.

백 교수는 올해 동아일보 창간기획 ‘10년 뒤를 빛낼 100인’ 중 과학계를 대표해서 선정된 인물이다. 하지만 백 교수는 이미 수년 전부터 대한민국의 과학계를 빛내고 있었고 앞으로도 수십 년을 더 빛낼 대표라고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과학자인 대학원생에게 백 교수의 비결을 배우라고 하고 싶다.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음, 그리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쏟아내는 노력과 열정을 배우라 하고 싶다. 그러면 머지않은 장래에 백 교수가 지핀 불꽃이 세계 속에서 더 환하게 빛날 것이다.

정진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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