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유총연맹의 사무총장 등 간부들이 억대의 국고보조금을 엉뚱한 일에 쓰거나 개인적으로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재향군인회 간부들은 구체적인 사업성 검토 없이 단기 이자 수익만을 노린 대출사업을 하다가 약 4000억 원을 날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 과정에서 뇌물도 오갔다. 최근덕 성균관 관장은 직원에게 수억 원의 국고보조금 유용을 지시하고 공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됐다.
세 기관의 성격상 모두 국민에게 모범이 되어야 할 곳에서 비리가 터졌다. 겉으로 드러난 비리보다 드러나지 않은 비리가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성균관은 도덕과 자기 수양을 강조하는 한국 유교의 본산(本山)이 아닌가. 이번 사건을 예사롭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이유다.
61년 역사의 재향군인회는 법적으로 공인된 육해공군 예비역들의 단체다. 회원이 850만 명에 이른다. 회원 간 친목 도모와 상부상조, 나아가 국가 발전과 사회 공익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정부가 매년 수백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하에 8개 기업을 두고 있는 등 자체 수익 사업도 활발하다. 이권이 있다 보니 비리와 특혜 시비, 회장 선거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경영은 방만하기 짝이 없다. 정부의 관리 감독도 허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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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신망을 상실한 조직은 아무리 설립 목적이 숭고해도 존재의 당위성을 잃는다. 비리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세 곳 모두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더라도 철저한 쇄신에 나서야 한다. 공교롭게도 세 곳 모두 보수(保守)의 상징 같은 기관들이어서 보수의 얼굴에도 먹칠을 했다.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기 개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