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라흐마니노프의 ‘師弟 스타일’
①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②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③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의 끝부분 악보. 각각 ‘따따따 딴’ ‘딴 따따 딴’ ‘딴 따따따 딴’의 서로 닮았으면서도 다른 리듬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화가의 일화냐고요? 방금 상상해낸 동화입니다.ㅎㅎ
갓 나온 프로그램 책자를 받아듭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미소가 지어집니다. “사제(師弟) 간 발자국이 뚜렷하군.” 동아일보사-예술의전당 주최로 개막한 ‘한화와 함께하는 교향악축제’의 11일 금노상 지휘 대전시립교향악단(피아노 협연 김태형) 순서입니다.
이제 대전시향이 연주할 곡들을 들어봅시다. 맨 끝 부분만요.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은 ‘따따따 딴’으로 끝납니다. 세 음표가 나란히 이어진 뒤 마치는 음표가 하나 더 나옵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은 ‘딴 따따 딴’입니다. QR코드나 아래 주소로 직접 들어보세요. 매우 닮았으면서도 약간 다릅니다.
지난번 간단히 언급한 일도 있지만 차이콥스키는 긴 작품이나 악장을 ‘따따따 딴’으로 끝내기를 즐겼습니다. 교향곡 6번 ‘비창’ 3악장, 발레 ‘호두까기 인형’ 1막…. 이를테면 “들었지? 이거 내 작품이야”라며 ‘발자국’을 남겨놓는 것과 같습니다. 낙관(落款)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차이콥스키를 경모했던 라흐마니노프도 이 습관을 따라했습니다. 단 똑같지는 않습니다. 셋잇단음표가 아니라 4분음표 하나에 8분음표 두 개가 이어지는 ‘딴 따따 딴’ 리듬을 주로 사용한 것입니다. “저는 차이콥스키의 정신적 제자입니다. 하지만 똑같지는 않고 저만의 개성이 있죠”라고 말하는 듯하지 않습니까. 그의 피아노협주곡 2, 3번이 모두 이 리듬으로 끝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