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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DBR칼럼]통계로 분석한 예측 가능한 위기 ‘1 vs 29 vs 300의 법칙’

입력 | 2013-04-04 03:00:00


올해 들어 산업 현장에서 유난히 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1월 12일 경북 상주에서 터진 웅진폴리실리콘㈜의 염산 누출사고를 시작으로 같은 달 15일과 27일 충북 청주의 ㈜지디와 삼성전자 화성반도체공장에서 각각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3월 2일엔 LG실트론 구미공장에서 불산·질산·초산이 섞인 혼합액 누출사고가 일어났고, 14일엔 대림산업 여수공장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해 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2일에는 SK하이닉스 청주공장의 염소가스 누출 사고와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파이넥스1공장의 폭발성 화재가 시차를 두고 발생했다. 안전 불감증이 극에 달했다는 우려와 함께 체계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이 아닌 이상 미래를 100%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이른바 ‘코코넛 위기’ 상황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선 언제 야자수에서 코코넛 열매가 내 머리 위로 떨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미국의 보험회사 직원이었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수많은 사고 통계데이터를 통해 실증적으로 분석한 ‘하인리히 법칙’에서도 증명됐듯, 세상에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위기도 있다. 이른바 ‘1 대 29 대 300의 법칙’이라 불리는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1건의 큰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는 그와 유사한 경미한 재해가 29건 있었고, 그 전에는 이미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사소한 사고가 300번 일어났다고 한다. 이는 사전 징후만 제대로 포착해도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인 마이클 왓킨스와 맥스 베이저먼이 2003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문에서 제시한 ‘RPM 프로세스’를 참고할 만하다. 어떤 사태가 예측 가능한 위기인지를 판단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면 △데이터 분석 및 해석을 통해 현존하는 위험 징후들을 인식(Recognition)하고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 인지된 위험 요소 간 우선순위(Prioritization)를 정한 후 △효과적인 자원 운용(Mobilization)을 통해 위험 요소가 실제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는 게 RPM 프로세스의 골자다.

왓킨스와 베이저먼은 실제 경영 현장에서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대응에 실패해 큰 위기로 번진 사례로 △2001년 유럽연합(EU)의 반대로 무산된 GE와 허니웰 간 합병 △유전자변형농산물(GMO)에 비판적인 유럽 소비자들의 정서를 읽지 못한 몬산토 △199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에이즈 치료제 관련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가 국제적 비난 여론에 부닥쳐 3년 뒤 스스로 소송을 취하한 39개 글로벌 제약회사 등을 들었다. 모두 미숙한 ‘RPM’ 단계별 대처로 조그만 불씨가 대형 화재로 이어진 사례다.

GE와 허니웰 간 합병에 대한 EU의 불허 결정은 당초 예견된 것이었다. GE의 제트엔진 사업과 허니웰의 항공 전자부품 사업이 연계되면 독과점이 초래돼 유럽의 항공기 제작비용이 상승할 것이라는 EU의 우려가 수차례 제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GE는 반독점 분야에 강경한 EU의 입장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고, 결국 양사 간 합병은 무산됐다.

몬산토는 유럽 시장을 공략하면서 위험 요소에 대한 우선순위를 제대로 매기지 못해 화를 자초했다. 몬산토는 광우병 사태 등으로 GMO를 ‘프랑켄푸드(Frankenfood·GMO를 괴기스러운 인조인간인 프랑켄슈타인에 빗댄 말)’라고 부를 정도로 식품 안전 이슈에 민감한 유럽 시장의 특성을 간과하고 자사의 생명공학 기술력만 강조했다. 즉, 소비자들의 ‘감성’에 호소해야 할 문제에 ‘이성’적으로만 접근해 GMO에 대한 반발만 더욱 키웠다.

남아공 정부를 상대로 한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연합 소송 및 자진 취하 사건은 미숙한 자원 운용에 따른 실패 사례다. 이들은 ‘국제특허를 받은 에이즈 치료제 대신 값싼 치료제를 수입해 제조할 수 있도록 한 남아공 법률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가 빈곤국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이익을 취한다는 국제적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남아공이라는 협소한 시장에서의 특허권 분쟁에서 승소하는 데 역량을 잘못 집중함으로써 다국적 제약업체 전반에 부정적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만 초래했다.

흔히 조직에서 어떤 사고나 문제가 일어나면 그 원인을 파악한다며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으려 한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위기 상황은 전체 조직 차원에서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응력과 복원력(corporate resilience)을 갖춰 대응해야 할 문제이지 마녀 사냥 하듯 책임 소재를 가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사전 예방을 위한 위기 관리에서 신경 써야 할 일은 우선 예측 가능한 재해와 불가능한 위기를 가려내는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예측 가능한 사고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관리 시스템을 구축 운영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6호(2013년 4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상생 비즈니스 모델 구축하라

▼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래프트 푸즈는 소매업체와 손잡고 매장 안에 유제품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장기 연구를 진행한다. 코카콜라는 특정 사이트로 주문하는 고객에게만 보너스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조업체들은 고객 관리나 제품 배송을 직접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더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형성하는 소매업체들의 영향력은 더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제조업체들은 소매업체들과 다양한 방식의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돈보다 미래의 성장을 생각하라

▼ MBA통신


개막을 앞둔 오페라 공연의 주연 여가수가 갑자기 출연을 철회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극장 측은 대역으로 재기를 노리는 늙은 가수를 불렀다. 전성기였다면 7만 달러를 받았을 가수다. 가수의 매니저는 출연료 협상에서 극장에 얼마를 요구해야 할까? 베스트셀러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의 저자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이 금액에만 집착한다고 말한다. 협상의 핵심은 가수에게 명예회복의 기회를 주고 극장에는 공연의 질을 보장해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번 호 MBA통신에서는 와튼스쿨에 재학 중인 DBR 통신원이 스튜어트 교수의 명강의를 지상 생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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