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4층 카페오아시아에서 반 말리 씨와 런 시니쓰 씨, 남 안티카 씨(오른쪽부터)가 포스코의 한 외국인 직원으로부터 주문을 받으며 커피를 내리고 있다. 뒤쪽은 이 카페의 유일한 한국인 직원인 백미현 씨.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네? 석 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석 잔이 뭐예요?”
고객은 그제야 웃으며 손가락 세 개를 펴들었다.
“아! 세 잔! 미안해요.”
태국 출신인 남 안티카 씨(35·여)는 이럴 때마다 참 난감하다. 한국생활이 벌써 6년째지만 아직도 한국어는 어렵다. ‘조금 연하게’ ‘아주 뜨겁지 않게’ ‘약간 덜 달게’ 같은 주문은 늘 헛갈린다. 까칠한 고객이라도 만나면 당황스러워 카운터 앞에 서기조차 두려워진다.
한눈팔 틈도 없다. 줄을 선 고객이 벌써 예닐곱 명이다. 안티카 씨는 밝은 미소로 다음 고객을 맞는다. “안녕해요. 뭐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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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빌딩 4층의 직원 휴식공간 내 ‘카페오아시아(Cafe-O-Asia·‘O’는 모두가 하나라는 의미)’. 2월 18일 정식으로 문을 연 이 카페가 입소문을 타면서 포스코 직원들의 명소가 됐다. 카페오아시아는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후 2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은 1호 사회적 협동조합(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협동조합)이다.
직영 1호점의 직원은 모두 4명이다. 안티카 씨와 캄보디아에서 온 반 말리 씨(27)는 작년 12월 시험 오픈할 때부터 일한 창립 멤버다. 캄보디아 출신 인턴사원 런 시니쓰 씨(23)는 출근한 지 꼭 2주일째라고 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인과 결혼해 고향을 떠나온 결혼이주여성이다. 그리고 이들의 든든한 ‘왕언니’ 백미현 씨(41)가 카페 운영을 돕고 있다.
커피값은 싸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 1500원이다. 포스코가 임대료를 받지 않아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그렇다고 저가(低價)로 승부하는 것은 아니다. 백 씨는 “기본은 커피맛”이라며 “가장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로스팅 방법을 연구한 끝에 최근에는 ‘오아시아 블렌딩’까지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카페오아시아의 단골이 된 손창우 포스코 경영진단실 매니저(35)는 “사회공헌이라는 좋은 취지도 있지만 커피맛이 좋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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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1호점에는 하루 평균 500여 명이 찾는다. 대부분 포스코 직원이다. 하루 매출액은 120만∼130만 원에 이른다. 설립 초기만 해도 꿈도 꾸지 못한 큰돈이다. 백 씨는 그 원동력을 ‘팀워크의 회복’에서 찾았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커피매장에서 언어 장벽은 큰 걸림돌이었다. 한국어를 조금씩 한다지만 의사소통은 쉽지 않았다. 하고 싶은 얘기도 속 시원히 할 수 없었다. 안티카 씨와 말리 씨는 2월 오픈을 앞두고 크게 싸우기도 했다. 일이 고르게 배분되지 않았다는 오해 때문이었다. 감정이 격해진 둘은 “그만두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 “향수병 다 치료됐어요” ▼
백 씨가 나서 겨우 진정시켰지만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문제였다. 어색한 분위기를 ‘도시락’으로 풀어보기로 하고 모국(母國) 전통음식을 하나씩 싸오자고 제안했다. 이튿날 그들은 한국 태국 캄보디아 음식을 한 상에 차려놓고 서로 “맛있다”고 칭찬했다. 한국 남자들에 대한 불만도 상 위에 올렸다. 남편들을 흉보면서 어느덧 오해는 하나둘 풀렸다. 손짓 발짓 섞인 ‘어눌한 수다’를 떨며 이들은 새로운 단어 하나를 배웠다. ‘정(情)’이었다.
○ 외로움을 날려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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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시작했어요. 향…, 향기? 향수? 아! 향수가(향수병이) 다 없어졌어요.”(안티카 씨)
말리 씨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는 게 올해 목표다. 그리고 쿠키 만드는 법도 배울 작정이다. 곧 정식 직원이 될 시니쓰 씨는 “실수부터 줄여야 한다”며 웃었다.
카페오아시아는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포스코 P&S타워 21층에 직영 2호점을 연다. 이달 중순과 다음 달 초에는 인천 연수구와 경기 광명시에 가맹점도 낼 예정이다. 백 씨는 “카페오아시아에 떡, 샌드위치, 식자재를 공급하는 곳도 모두 사회적 기업”이라며 “올해 가맹점을 10개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