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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窓]“피울음 토하던 엄마, 아이까지 유산… 이젠 어떻게 사나요”

입력 | 2013-03-28 03:00:00

청주 ‘어린이집 통학車 참변’ 유가족의 절규




추모 국화마저 짓밟혀… 어른들의 안전불감증 탓에 숨진 김 모양이 사고를 당한 충북 청주시 산남동 현장. 27일 누군가 어린 생명을 추모하기 위해 가져다 놓은 국화 한 송이마저 지나는 차량에 짓밟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아저씨, 우리 아기 어디 있어요? 왜 가루만 남아있나요? 우리 아기 보여주세요….”

27일 오전 11시 45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목련로 청주화장장 내 1호 화장로 참관실. 전날 통학버스에 치여 하늘나라로 떠난 딸 김 모양(3)의 화장(火葬)이 진행되는 동안 엄마 이모 씨(39)는 휴대전화 속 딸의 사진을 볼에 비비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화장이 끝난 뒤 통유리 너머로 딸의 유골이 보이자 “왜 그러고 있니. 엄마 품에 안겨 있어야 할 네가 왜 그 쇳덩어리 위에 있는 거야”라며 절규했다.

김 모양 결혼 2년 만에 얻은 귀한 외동딸이었다. 집안의 막내인 데다 귀여운 짓을 잘해 친척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이 씨는 올해 2월까지 자신이 일하는 유아방에서 김 양을 돌봤다. 신학기를 맞아 수소문 끝에 집에서 4km 떨어진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이 씨는 3월 4일부터 자신의 승용차로 딸을 통학시켰다.

사고가 난 26일, 이 씨는 김 양을 처음으로 학원버스에 혼자 태워 보냈다. 임신 8주차를 맞으면서 갑자기 몸 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김 양은 이날 엄마 앞에서 춤을 추며 ‘학원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한 뒤 집을 나섰다. 그게 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아빠(41)는 이날 회사에서 딸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북대병원 응급실로 달려왔다. 머리가 피투성이가 된 김 양의 손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9일이 우리딸 생일이었어요. ‘아기호랑이 호비’ 인형을 사주기로 약속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못 사줬습니다. 이번 주말에 딸과 함께 인형을 사러가기로 했는데…. 평생 한(恨)이 될 것 같습니다.” 손녀의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을 듣고 영안실에 달려온 할아버지(71)는 눈물조차 흘리지 못했다. 휴대전화 속 김 양의 사진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깊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엄마와 아빠는 흰 보자기로 감싼 유골함을 가슴에 안은 채 충북 음성군 금왕읍의 할아버지 집 뒷산으로 갔다. 평소 딸이 뛰어놀기 좋아하던 이곳에 딸의 유골을 뿌렸다. 가족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기본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김 양의 고모(51)는 “사고 당시 운전사나 인솔교사가 출발하기 전 잠시만 통학차량 주위를 둘러봤더라면 어린 생명을 앗아가는 비극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통학차량에 대한 강한 기준을 세우는) ‘OO이법’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납덩이가 가슴에 들어앉은 듯한 심정으로 기자실로 돌아온 기자는 오후 3시 반경 또 한번 가슴을 저미는 듯한 전화를 받았다. 김 양의 아빠였다. “아내가 배 속 아이를 유산했습니다. 심한 충격으로 유산한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 부부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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