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시큰둥했다. 시도 때도 없이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로 전해 오는 좋은 말 시리즈에 반감을 갖고 있던 참인 데다 두서없는 원본을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깜빡 잊고 지내고 있는데 조심스럽게 다시 전화가 왔다.
“많이 바쁘지? ‘사랑모임’ 총회에서 나눠주려고 하는데 그때까지 시간을 대지 못하면 만들 필요가 없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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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좋아서 죽은 줄 알게.”
오랫동안 모아온 글이 책이 되어 나온 걸 보고 정말 행복하다는 표현이었다. 그 후 계속해서 그 책자를 받은 주변의 반응을 전하며 즐거워하는 시누이를 보면서 사는 이유에 대한 생각을 했다.
‘버킷 리스트’라는 영화는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의 목록을 만들어 하나하나 실천해가는 이야기다. 그런데 영화 속 주인공처럼 시한부 인생일 때만 버킷 리스트가 필요할까. 우리 모두 날짜만 모를 뿐, 시한부 인생이 아닌 사람은 없는데 말이다.
버킷 리스트야말로 강력한 삶의 의지 같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을 하려면 죽을 만큼 힘들어도 살아 있어야만 가능하다. 신문에서 자살 뉴스를 접하면 얼마나 힘들면 자살을 선택했을까 마음이 짠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에게 버킷 리스트가 없었다는 것이 아쉽다.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살아야 할 이유를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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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새벽에 깨어 나의 버킷 리스트는 무엇인가 곰곰 생각해보았다. 막상 정말 해보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얼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제부터 열 가지만 적어보려고 한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 그것이 지금부터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될 테니 말이다.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