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무슨 재미로 사나
○ ‘체감 생활수준’ 낮아져
주5일제로 여가시간이 늘어났지만 취미가 없는 사람이 계속 증가하는 아이러니가 생기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10.2%였던 취미 없는 사람은 지난해 19%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광고 로드중
취미활동 참여율은 경제 사정과 연관이 있다. 한국리서치의 이혜정 연구원은 “취미활동 인구가 줄어든 것은 우리 사회가 경제적, 시간적으로 팍팍해졌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생산활동과 별개인 취미생활 관련 소비를 우선으로 줄인다. 이 연구원은 “수치상 국민소득이 올라가긴 했지만 내수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됐다”며 “특히 체감 생활수준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외국에 비해 긴 노동시간도 여유로운 삶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직장인 신모 씨(41)는 “평일에 야근을 하고 수시로 휴일 출근도 하다 보니 주말 나들이 자체가 부담된다”고 말했다. 야간 자율학습을 감독하느라 매일 오후 9시 40분에 퇴근한다는 고교 교사 박모 씨(29·여)는 “너무 피곤해 하고 싶은 일도, 할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취미활동을 즐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해 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드러난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취미가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더 활동적이란 점이다. ‘지난 주말에 한 일’에 대한 응답을 보면 취미가 없는 사람은 ‘휴일에도 집에 있었다’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45.9%) 됐다. 반면 취미가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등산이나 운동을 했다는 응답이 7∼9배 정도였다. 취미가 있는 사람은 41.5%가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취미가 없는 사람은 그 비율이 16%에 그쳤다. 취미가 있는 사람은 공연 관람 등 문화생활도 더 많이 한다. 심지어 휴일에 쇼핑을 했다는 응답도 2배 가까이나 됐다. 취미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활동 비율이 비슷한 항목은 가족과의 외출, 목욕·사우나 정도였다.
○ 취미 있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
취미 유무는 삶에 대한 태도로 이어진다. 취미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자신감과 성취동기가 높으며, 도전과 변화를 즐기는 성향이 강하다. ‘나는 능력 있는 사람이다’란 항목에 대해 취미가 있는 사람은 32.3%가, 없는 사람은 24.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취미가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이타적이고 사교적이며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미 있는 사람의 46.4%가 ‘행복하다’고 했지만 취미 없는 사람은 37.9%에 머물렀다.
광고 로드중
취미활동을 못 하는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좌절감이나 박탈감 때문에 행복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전 교수는 “남들에게 ‘도대체 왜 산에 가느냐’고 묻는 사람보다 산에 가고 싶지만 못 가는 사람이 더 괴롭다”며 “요즘에는 여가 욕구의 좌절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기주 한국리서치 이사는 “노년의 행복을 위해서는 경제적 안정 외에 취미도 중요하다는 사실이 나타났다”며 “취미생활은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늘려 삶을 풍요롭게 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문권모·권기범 기자 mikemoon@donga.com
▶ [채널A 영상]우울증 부르는 ‘이태백’, 20대 남성 환자 증가
▶ [채널A 영상]생활비 vs 교육비, 소비 양극화 현상 갈수록 심해져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