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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 피할 수 없다면 피해 줄여라”

입력 | 2013-03-19 03:00:00

수학적으로 기상예측… 한국형 예보모델 시급




지난해 2월 2일 강원 철원의 수은주는 영하 24.6도까지 내려갔다. 이 지역 관측 이래 가장 낮은 기온이다. 당시 전국 10여 곳에서 역대 최저기온 기록이 바뀌었다. 2월 초순의 이례적인 한파는 2012년 이상기후 ‘릴레이’의 시작이었다.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례 없이 다양한 이상기후가 발생했다. 겨울 혹한에 이어 3월에는 비가 온 날이 열흘이 넘었고 4월 3일엔 중부지방에 눈이 내렸다. 4월 24일엔 이상 고온으로 일부 지방의 기온이 30도가 넘었고 5, 6월엔 지독한 가뭄과 고온 현상, 7, 8월엔 폭염과 열대야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절정은 태풍이었다. 제7호 태풍 카눈을 비롯해 무려 4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했다. 1962년 이후 정확히 50년 만이다. 특히 15호 볼라벤, 14호 덴빈, 16호 산바 등 태풍 3개가 연달아 한반도를 거쳐 간 것은 1904년 기상 관측 이래 처음이다. 장현식 기상청 통보관은 “기후 변화로 기상이변이 자주 나타나는 추세이지만 지난해에는 다양한 형태로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상기후가 남긴 상처는 컸다. 여름철 폭염으로 발생한 질환자만 984명. 이 가운데 14명이 사망했고 약 185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태풍과 이에 따른 집중호우로 8명이 사망했다. 재산 피해는 1조310억 원에 달했다.

기상이변을 피할 수 없다면 예보 정확도를 높여 피해를 줄여야 한다. 다행히 한국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단기예보(1, 2일) 정확도는 2007년 85.0%에서 지난해 92.1%로 높아졌다. 주간예보(7일) 정확도 역시 같은 기간 73.5%에서 81.3%로 향상됐다. 내가 사는 마을 날씨까지 알 수 있는 동네예보, 1시간 간격의 초단기 예보, 주간 예보 등 세분화가 시행되면서 얻은 효과다.

문제는 예보의 선행 기간. 기상 예보를 얼마나 미리 할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충분한 선행 기간이 없다면 아무리 예보가 정확해도 피해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선행 기간이 길면 재해 예방을 위해 충분히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호우특보의 선행 기간은 125분. 전년도 102분에 비해서는 23분 늘었지만 2009년 148분에는 못 미친다. 대설특보는 지난해 143분으로 2011년 183분보다 40분이나 줄었다. 그만큼 기상이변이 심해 미리 예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음을 보여 준다.

선행 기간을 늘리려면 이른바 한국형 수치예보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 수치예보 모델은 기온 습도 바람과 같은 기상 요소의 시간 변화와 날씨 현상을 수학적으로 정리해 미래의 기상 상태를 예측하는 것. 기상 예보를 위한 소프트웨어인 셈이다. 예보 정확성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한국은 현재 영국 모델을 운영 중이다. 한국의 기상 환경을 반영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 정부는 2011년부터 한국형 수치예보 모델 개발에 나섰다. 2019년까지 약 94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잦은 기상이변과 이로 인한 피해가 늘면서 개발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국형 수치예보 모델 개발은 우리가 독자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재해예방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면 자체적인 수치예보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