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티첼리 ‘봄’ (1478년 경, 목판에 템페라, 203×314cm, 우피치 미술관)
바람 따라 하늘거리는 옷자락을 보니 좋은 기운이 느껴지죠? 바람의 숨결, 봄의 촉감이 손에 잡히는 듯한 이 그림은 보티첼리의 ‘봄’입니다.
겉으로는 우아하고 신비로운 콘셉트이지만, 속으로는 봄을 맞이하느라 한바탕 신들의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2013 S/S 패션 화보가 이보다 더 트렌디할까?’ 싶을 정도로 멋진 의상과 드라마틱한 구성이 눈에 띄네요. 종교화가 주류를 이루던 15세기에 이렇게 고대 신화를 주제로 잡았다는 것도 신선했을 테고요.
비너스, 큐피드, 헤르메스…. 우리가 잘 아는 신들이 대거 등장했으니 재미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화면 중앙에서 신들을 감독하듯 우아한 자태로 서 있는 비너스, 그 위에는 한쪽 눈을 가린 채 화살을 쏘고 있는 큐피드가 보입니다. 왼편에는 날개 달린 넓은 차양의 모자, 날개 달린 샌들을 신고 날아다니며 여기저기 소식을 전하는 헤르메스도 보이네요. 손끝으로 겨울의 먹구름을 걷어내며 봄을 부르는 것 같죠?
오른편에서는 더 큰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서슬퍼런 모습의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요정 클로리스를 붙잡는 순간, 꽃의 여신 플로라로 변신해 동산에 꽃잎을 뿌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극적인 동영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담한 화면 구성입니다.
비너스 옆에서 기쁨에 넘쳐 춤을 추는 세 명의 여신처럼, 어수선한 가운데 자연의 법칙대로 봄을 맞이하는 신들처럼, 우리 마음에도 봄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글·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글쓴이 이지현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