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백헌 충남대 명예교수 기증월북시인 백석의 시집 ‘사슴’ 1936년 초판본 대전문학관서 전시
대전문학관에 모습을 드러낸 백석의 ‘사슴’ 초판본(1936년). ‘永郞兄白石(영랑 형 백석)’이란 글이 있어 백석이 시인 김영랑에게 선물한 시집으로 보인다. 대전문학관 제공
이번 시집은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됐을까. 대전문학관 소장본은 송백헌 충남대 명예교수(78)가 기증한 것이다. 송 명예교수는 문학관 개관 소식을 듣고 ‘사슴’을 비롯해 소장 도서 1만3000여 권을 기증했다. 1950년대 중반 경북대 사범대를 다닐 때 대구의 한 헌책방에서 ‘사슴’을 구입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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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학관에 전시된 ‘사슴’의 표지 안쪽에는 ‘永郞 兄 白石(영랑 형 백석)’이란 글씨가 있다. 백석이 시인 김영랑(金永郞·1903∼1950)에게 시집을 주며 쓴 친필로 보인다. 영랑은 백석보다 9세 연상이다.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는 “백석과 영랑은 일본 아오야마(靑山)학원 선후배 사이로 백석이 후배다. 나이 차가 있어 수학한 기간은 겹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에 돌아와서도 선후배로 지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슴’은 사연이 있는 시집이다. 평북 정주 출생인 백석은 주로 북한에서 활동했으나 월북 시인으로 분류됐다. 이 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는 수십 년간 유보됐고, 1988년 월북 문인에 대한 해금조치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재조명됐다.
고서업계에 따르면 ‘사슴’은 2011년 문화재로 등록된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판본(1925년) 못지않게 구하기 어렵다. 반면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1948년)을 비롯한 광복 후 시집들은 상대적으로 전해지는 수량이 많은 편이다. ‘하늘과…’는 2011년 한 경매에서 1700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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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