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 빈국 부르키나파소와 MOU맺고 학습시설 세워줘지자체 직접 지원 이례적… 교육기자재 등 계속 후원키로
양기대 광명시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2일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 인근 사바 마을에서 열린 평생학습 시설 기공식에 참석해 현지 주민들과 함께 벽돌을 쌓고 있다. 광명시 제공
의사가 꿈인 에퓨파 외드라 오우(17). 오우의 소원은 수업시간에 선생님에게서 들은 내용을 공책에 마음껏 써보는 것이다. 하지만 오우에게는 수업 내용을 받아 적을 볼펜도, 공책도 없다. 수업 시간에 들은 선생님 말씀을 기억하려고 애쓰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오우와 같은 마을에 사는 이스마엘 카보레(13)도 마찬가지다.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가방도, 교과서도, 사전도 없다. “그래도 학교에 다니지 못해 글도 읽지 못하는 친구들보다는 나으니까요. 뭐, 괜찮아요.” 카보레가 멋쩍게 웃었다.
아프리카 서부 내륙의 부르키나파소는 1인당 국민소득이 560달러(약 61만 원)에 불과해 아프리카 안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60년 넘게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60년에 독립했다. 블레즈 콩파오레 대통령이 1987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뒤 25년 넘게 군부독재를 이어오면서 국가는 발전 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아침 일찍부터 열심히 일할 만큼 성실하고, 정부 재정의 20%를 교육 예산으로 편성할 정도로 교육에 대한 열정도 있지만 아직도 국민의 80%가 글을 읽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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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 참가한 양기대 광명시장은 “60여 년 전 전쟁의 폐허 속에 있던 한국이 오늘날 선진국으로 우뚝 선 것은 교육의 힘”이라면서 “부르키나파소가 교육을 통해 ‘제2의 한국’이 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쿰바 볼리바리 부르키나파소 교육부 장관(여)은 “부르키나파소의 가장 소중한 재산이 사람이고 여기에 투자하는 것이 교육”이라면서 “광명시의 지원은 우리에게 한 줄기 소중한 빛과 같다”고 말했다.
와가두구=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