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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마약 먹여 결혼했냐”는 법관 막말, 모욕죄 아닌가

입력 | 2013-03-09 03:00:00


지난해 12월 한 판사가 초등학교 졸업 학력의 피고인에게 “부인은 대학까지 나왔는데 마약 먹여 결혼한 것 아니에요”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피고인이 마약 전과자였다고는 하나 결혼과는 무관한 질문이다. 이 정도면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논란도 가능하다. 지난해 10월에는 판사가 60대 증인이 말을 불명확하게 한다고 해서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고 말했다가 견책 처분을 받고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판사가 자신의 질문을 잘못 알아들었다고 “귀가 어두우냐”고 다그치는 일도 있었다. 어떤 판사는 허락받지 않고 발언한다는 이유로 부모뻘 되는 사람에게 “어디서 버릇없이…”라고 꾸짖기도 했다.

판사가 법정에 들어서면 방청객과 재판 당사자들이 기립해서 판사에게 예(禮)를 표한다. 판사의 공정한 재판을 기대한다는 뜻이다. 판사들이 높은 법대(法臺)에 앉아 방청석을 내려다본다고 해서 조선시대 고을 원님이 재판하듯 고압적 태도로 재판을 해선 안 된다. 북유럽의 국가들처럼 법대를 방청석 높이로 낮춰야 이런 낡은 권위의식이 사라질 것인가.

판사가 소송 당사자의 공방 속에서 진실을 파헤쳐 나가다 보면 힘이 들거나 화나는 순간도 있을 수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우수 법관으로 뽑은 한 판사는 “재판에 들어가기 전에 늘 ‘내가 말하고 싶을 때 한 번만 더 참자’고 되새긴다”고 말했다. 소송은 판사에게는 무수한 사건 가운데 하나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일생일대의 중대사이다. 재판은 세금과 인지세를 받고 국민에게 제공하는 사법 서비스다.

5개월 전의 막말 판사가 견책 처분을 받은 것이 법정 언행으로 인한 사법부 최초의 징계였다. 견책은 법관 징계 중 가장 약한 것이다. 법원은 판사의 법정 언행을 개선하겠다고 다짐했으나 국민의 눈에는 여전히 미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