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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정국, 느슨한 감시 틈타 줄인상… 사교육비, 거침없는 하이킥

입력 | 2013-03-07 03:00:00

2월 2012년동월비 5.3% 올라… 2008년 이후 최고 상승률
고교 학원비 8.1% 급등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사는 이모 씨(40)는 올해 첫째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교육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 이미 고등학교 입학금과 교복비로 100만 원가량을 썼지만 더 큰 걱정은 학원비. 과목당 수강료가 월 35만∼40만 원인데 수시로 오르기 때문이다. 이 씨는 “겨울방학 때는 이제 고교 과정이라며 5만 원 올리더니 개학을 앞두고서는 ‘책임수업제’ 명목으로 또 올렸다”고 푸념했다.

행정부 구성이 늦어지면서 정부의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학원비 교재비 등 교육 물가가 치솟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고액·불법 과외를 막기 위해 집중단속에 나서며 교육 물가를 잡으려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에 이어 사교육비까지 오르면서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2월 ‘학원·보습교육’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3% 올랐다. 2008년 1월(5.8%) 이후 가장 높았으며 2월 전체 소비자물가 평균 상승률인 1.4%를 크게 넘어선 수치다.

학원·보습교육 물가는 초중고교생 학원비와 음악·미술·운동·전산학원비, 가정 학습지, 학교 보충교육비 등으로 구성된다. 학원·보습교육 물가 상승률은 여름방학 시즌인 작년 8월 5.1%(전년 동월 대비)로 올라선 이후 5%대를 유지했다.

세부 항목별로 학원비 중에서는 고교생 학원비가 8.1%로 가장 많이 올랐으며 중학생 7.0%, 초등학생 4.9% 순이었다. 기타 학원비 중에서는 전산학원 5.5%, 음악학원 5.0%, 미술학원 4.7% 등이 많이 올랐다. 특히 고교생 학원비는 올해 1월에 지난해 같은 달보다 8.7% 올라 1996년 6월(20.0%) 이후 약 17년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상승률은 지역별로 차이가 컸다. 2월 학원·보습교육 물가 상승률은 대구 9.5%, 경북 8.4%, 광주 8.3%, 충남 8.1% 등으로 평균(5.3%)을 웃돌았다. 경기 5.1%, 서울 5.0%, 부산 3.9%, 대전 3.4%, 인천 2.5% 등 수도권과 대도시들은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낮았다. 고교생 학원비는 지역에 따라 상승률 격차가 더 벌어졌다. 경북이 16.8%로 가장 많이 올랐고, 충북(0.7%)과 대전(0.9%)은 제자리 수준이었다.

학원비 이외에도 고교 교재비가 11.3% 올랐고, 유아학습 교재비도 4.0% 상승해 소비자물가 평균 상승률을 뛰어넘었다. 반면 정부의 무상지원이 확대된 보육시설 이용료(―34.0%), 학교급식비(―15.4%)는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학원들이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살아남은 학원들이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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