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현·오승환(외쪽부터). 스포츠동아DB
정대현(35·롯데)과 오승환(31·삼성)이 희망이다.
한국대표팀은 2일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첫 경기 네덜란드전에서 충격적인 0-5 패배를 당했다. 패인을 꼬집어 지적하기 힘들 정도로 총체적 난국. 그러나 위기는 역설적으로 영웅을 더 빛나게 만든다. 눈이 번쩍 뜨이는 호투로 잠시나마 한국 야구팬들에게 느낌표를 안겨줬던 존재가 바로 정대현과 오승환이었다.
정대현은 0-4로 뒤진 7회 무사 2·3루 상황서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 베이스를 모두 채운 뒤 곧바로 5번 앤드루 존스와 6번 젠더 보가츠를 땅볼로 솎아냈다. 존스의 투수 앞 땅볼 때 나온 포수의 송구 실책이 아니었다면,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칠 수도 있었을 만한 위기관리 능력이었다.
이번 대표팀 투수진의 가장 큰 약점은 ‘국제대회 경험 부족’이 꼽힌다. 그래서 2번의 WBC에 모두 출전했던 정대현과 오승환의 존재가 더 값지다. 오승환은 프로 데뷔 후 첫 태극마크를 달았던 2006년 제1회 WBC에서 박찬호와 함께 마무리로 활약하며 세계를 놀래게 했고, 정대현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한국야구의 빛나는 순간을 대부분 함께 했다. 한국 불펜에 ‘경험’을 수혈할 수 있는 두 기둥. 이들이 앞뒤좌우로 꽉 막힌 한국의 활로를 뚫어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