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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허승호]불법파견과 사내하도급

입력 | 2013-03-02 03:00:00


대법원이 GM대우(현 한국GM) 자동차 생산 공정에 투입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파견근로자로 보고 회사 대표에게 형사 책임을 물었다. 고용노동부도 이마트에 대한 특별감독에서 2000명에 가까운 판매직원들을 불법파견자라고 규정했다. 이들 업계의 파견근로자 활용 관행에 잇따라 제동을 건 것이다. 파견 용역 등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은 정규직의 60% 수준. 불경기가 오면 가장 먼저 잘린다. 국내에는 비정규직이 600만 명이고, 그중 파견근로자가 70만 명이나 된다.

▷한때 ‘예성기업’ 소속으로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에 파견돼 일하던 최병승 씨는 현재 그 공장 입구에 있는 50m 높이 송전탑에 올라 4개월 넘게 고공 농성 중이다. 그는 현대차 측과의 긴 소송 끝에 작년 2월 대법원 판결로 현대차 근로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혼자 복귀할 수는 없다. 현대차의 7700명 사내하청 근로자 모두를 정규직으로 바꾸라”며 철탑에서 혹한을 견뎌냈다.

▷현대중공업에도 외부 근로자가 많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에서는 불법파견, 조선소에서는 합법적 사내하도급이다. 차이는 ‘누가 노무관리를 하느냐’다. 예컨대 조선소에서는 일정한 용접 작업량을 하도급 업체에 맡기면 하도급 업체 반장이 자기 직원들과 함께 일을 끝내고 용역비를 받는 형식, 즉 도급이다. 반면 완성차 업체나 유통 업체에서는 원청회사 소속 반장이 직접 근로감독을 할 수밖에 없다. 도급 아닌 파견으로 보는 이유다. 파견은 전문지식 기술 등이 필요한 업종에 한해 허용되며 제조업 및 서비스업 대부분에서는 법률로 금지돼 있다.

▷비정규직은 한국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주변부 계층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면서 그냥 두고 보기에는 너무 커져 버렸다. 하지만 이들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바꾸면 버틸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다. 비정규직을 살린다는 게 거꾸로 대량 해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은 외환위기 이후 구직자의 협상력이 약해지면서부터. 사용자가 정규직의 철밥통만 보호하고, 고임금의 부담을 슬그머니 비정규직에 떠넘긴 때문이다. 이를 묵인한 정규직 노조도 책임이 있다. 회사와 함께 정규직이 양보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힘센 정규직 노조는 입으로만 ‘비정규직 철폐’를 외칠 뿐 양보의 조짐은 별로 없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