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中企규제 94건 개선” 본보 지적 ‘네일숍’ 첫머리에
불합리한 네일숍 규제를 지적한 본보 1월 16일자 ‘손톱 밑 가시’ 시리즈.
서울 강서구 발산동에서 네일숍(손톱 관리 매장)을 운영하는 차정귀 씨(47·여)는 19일 떨리는 목소리로 연방 고맙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손톱 밑 가시 힐링캠프’에서 94건의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에는 차 씨가 건의했던 ‘손톱 발톱을 손질하는 일을 하는데 왜 헤어미용사 자격증이 필요하나’라는 내용이 첫 번째로 포함돼 있었다.
그는 행사장에 들어설 때만 해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테이블에 놓인 ‘손톱 밑 가시 이렇게 해결했습니다’라는 책자의 ‘주요 개선 내용’ 첫머리에 ‘미용업 세부 업종 마련’이라는 문구를 보고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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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에 이 문제를 하소연했던 이상정 씨(36)도 “동아일보 보도 후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면서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 앞으로는 네일리스트들이 당당하게 기를 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뻐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네일숍 ‘까사벨르’를 운영하는 그는 손재주가 좋은데도 면허증이 없어 일을 그만둬야 했던 직원들을 안타깝게 떠나보내야 했다.
차 씨 등은 같은 일을 하는 지인들에게서 “언제까지 미용사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단속을 걱정해야 하느냐”라는 푸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 중소 건설업체, 公共공사 직접 참여 길 열려 ▼
19일 열린 ‘중소기업 손톱 밑 가시 힐링캠프’에서 한 중소기업 임원이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일대일 상담코너를 찾아 정부 부처 직원에게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인수위가 이 행사를 연 것은 지난달 24일 같은 곳에서 열린 ‘중소기업, 소상공인, 전통 상인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간담회가 계기가 됐다. 당시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 299건을 모아 인수위에 전달했고,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인수위 활동이 마무리되기 전에 다시 찾아 결과를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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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건설업체는 공공공사에 직접 참여할 길이 열렸다. 그동안 공공공사는 대형건설사가 일괄적으로 일감을 맡은 뒤 중소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중소업체들은 대형건설사의 부당한 단가 인하, 대금결제 지연 등에 시달렸다. 인수위는 상반기(1∼6월)에 국가계약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중소업체들의 피해를 막기로 했다.
총리실과 관계 부처들은 반기별로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94건의 개선과제 외에 146건은 중장기 과제로 추진한다. 중소기업청, 중기옴부즈만, 중기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는 지속적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가로막는 규제 제보를 접수한다. 진 부위원장은 “중소기업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박근혜 정부 5년 내내 관행화해 항상 손톱 밑 가시를 해결하는 정부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