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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Culture]배우 이시영 “디지털 세상? 사랑은 영원히 아날로그죠”

입력 | 2013-02-15 03:00:00

●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서 열연한 배우 이시영




이시영은 “이번 영화를 통해 궂은일을 도맡는스태프의 고마움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복싱교본’으로는 부족했을까. 배우 이시영(31)이 ‘남자사용설명서’를 섭렵하고 연애 고수가 됐다. 뛰어난 복싱 실력으로 링을 점령하더니 이번에는 스크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영화 ‘남자사용설명서’(감독 이원석)는 남성들에게 인기 없는 만년 CF 조감독 최보나(이시영)가 솔로에서 탈출할 수 있는 절대 비법이 담긴 ‘남자사용설명서’라는 비디오를 본 뒤 한류스타 이승재(오정세)의 마음을 훔친다는 내용이다. 제목을 보면 그럴싸한 연애 비법이 있을 것 같지만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방법들이 소개된다. 이시영도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 법한데 사람의 마음은 다 똑같은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시대가 변해도 사랑은 안 변하잖아요.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스마트’해지지만 사랑은 변함없이 달콤하면서 유치하죠. 사랑만큼은 아날로그로 태어난 것 같아요.”

연애 고수가 된 그녀에게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졸랐다. 그녀의 날카로운 스트레이트처럼 쿨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시영은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한다”며 “밀고 당기기가 중요한데 성격상 ‘밀당’을 못한다”고 말했다.

이시영의 나이는 흔히 말하는 ‘연애적령기’다. 달달한 사랑을 하고 싶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한동안 ‘연애’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없었다”며 “인터뷰를 하면서 내가 ‘연애적령기’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또 “운동과 연기를 병행하고 있어 연애를 생각할 틈이 없다. 이번 밸런타인데이에도 매니저, 스타일리스트와 초콜릿을 교환했다”며 아쉬워했다.

영화 ‘남자사용설명서’는 남녀의 ‘러브 스토리’만 다루지 않는다. 조감독 최보나가 메인 감독이 되기까지의 ‘성장 스토리’와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비판’도 담겨 있다. 능력이 있음에도 인정을 못 받던 최보나가 예뻐지자 주위의 시선과 평가가 달라져 승진하게 된다는 것. 같은 여성으로서 이러한 시선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영화라서 그런 점이 더 강조된 것 같아요. 여자의 외모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돼서는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과정을 겪는 최보나를 보면 많은 걸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시영에게 이번 작품은 ‘전쟁터’ 같았다. 촬영 현장은 재미있었지만 첫 주연이라는 부담에 머릿속은 늘 치열하고 복잡했다.

“유쾌한 영화였음에도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에요. 첫 주연이거든요. 극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이 컸어요. 제 연기에 따라 ‘웰메이드 B급’이 되느냐, ‘삼류 신파’가 되느냐가 결정되잖아요. 연기를 하면서도 늘 불안했어요.”

이시영의 머릿속이 복잡한 또 다른 이유는 ‘복싱’ 때문이다. 영화를 홍보하고자 마련된 인터뷰였음에도 복싱과 관련된 질문이 빠진 적이 없다고 한다. 이시영은 최근 인천시청 복싱팀에 정식으로 입단했다. 지난해 열린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할 만큼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다. 이시영은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복싱을 하고 있는 저에 대한 관심과 격려는 늘 감사하죠. 하지만 선수로서의 진지한 마음가짐이 왜곡될까 걱정되기도 해요. 신인 배우는 훌륭한 배우가 되는 게 꿈이잖아요. 운동선수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노력하고 잘하는 복서로 기억되고 싶을 뿐이에요.”

앞으로 이시영이 풀어가야 할 숙제는 연기자 생활과 선수 생활을 잘 병행하는 것이다. 복싱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부상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기로 했다.

“부상을 당한 건 아니잖아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 걱정하지 않기로 했어요.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젠 한 팀에 소속된 선수니까 현명하게 대처해야죠.”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이시영에게 최종 목표를 물었다. ‘여우주연상’이나 ‘올림픽 금메달’을 예상했지만 아직 정해 놓은 게 없다.

“저도 제 꿈을 잘 모르겠어요.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아요. 저도 제가 어떤 미래를 만들어 나갈지 기대되고 궁금해요.”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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