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짱이 될 수밖에 없다… 근육-관절-균형 3박자 키워줘 6개월이면 탄탄한 몸매로
오르고 내리고 매달린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균형잡힌 몸을 가질 수 있다. 문제를 푸는 재미는 덤이다. 7일 서울 강북구 번동 노스페이스 다이노월에서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한스란 씨(노스페이스·왼쪽 사진)가 인공암벽을 오르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7일 오전 찾은 서울 강북구 번동 노스페이스 아웃도어 문화센터의 다이노월(Dyno wall)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곳엔 높이 12.5m, 면적 707m²에 이르는 인공암벽이 센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암벽에 붙은 색색의 홀드(세라믹 등으로 만든 인공 손잡이) 위에 무수히 묻어 있는 하얀 손자국은 ‘나도 저곳에 오르고 싶다’는 도전의식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스포츠클라이밍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 자연 암벽에 비해 안전하고, 가족이나 연인끼리 즐기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울퉁불퉁한 ‘단순 근육질’ 몸매가 아닌, 예쁘고 ‘찰진’ 균형 잡힌 몸매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인공암벽의 홀드를 이용해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스포츠다. 처음에는 자연 암벽을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 거쳐 가는 연습 정도로만 여겨졌지만, 이제는 엄연한 정식 스포츠 장르로 대접받고 있다. 올해 전국체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최근 스포츠클라이밍에 쏟아지는 관심의 핵심은 ‘몸짱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신체 균형을 망치는 무리한 다이어트나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꾸는 보디빌딩과는 다르다. 날씬하면서도 단단한, 잔 근육이 균형있게 발달한 몸매를 만들어준다. 2011년 배우 박하선이 스포츠클라이밍으로 10kg을 감량하며 몸매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성 동호인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현재 다이노월을 찾는 회원의 60%가 여성일 정도다.
“저도 선수니까 몸 관리를 하긴 하죠. 하지만 웬만해선 살 찔 틈이 없어요.”
이창현 다이노월팀 팀장이 말했다. 이 팀장은 지상에 있을 때는 그저 호리호리하게만 보였다. 하지만 막상 암벽에 오르기 시작하자 엄청난 근력을 자랑했다. 그는 7∼8m높이의 오버행(지면과 수직을 기준으로 각도 90도 미만으로 굽어진 벽)까지 순식간에 오른 다음 양손만으로 홀드를 잡은 채 두 다리를 위아래로 움직여가며 천천히 자세를 바꿨다.
무용이나 기계체조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손과 발 4개 중 적어도 3개는 반드시 암벽에 의지하고 있어야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다음 동작을 이어갈 수 있다.
멀리 서서 벽에 매달려 있는 사람을 바라볼 때는 ‘힘으로 버티면 되지’라는 생각이 든다. 잠깐만 눈을 돌렸을 뿐인데 순식간에 인공암벽 위쪽에 올라가 있는 사람을 보면 “예상보다 만만하네”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벽에 올라서면 생각이 달라진다. 초심자들이 벽에 매달리면 힘을 분배하기는커녕 힘을 제대로 쓰기도 어렵다.
균형을 잡으려면 왼쪽과 오른쪽, 팔과 다리 할 것 없이 고르게 힘을 써야 한다. 초심자들은 인공암벽에 매달리는 것부터 시작해 당기기, 밀기를 배운다. 어느 정도 숙련이 되면 두 손을 고정한 상태에서 다리만 끌어올려 홀드 사이를 이동하는 체조 선수 같은 동작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망가졌던 몸이 균형을 되찾게 된다. 이 팀장은 “6개월 정도만 꾸준히 노력하면 자연스럽게 근력을 늘리면서 탄력 있는 몸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장은 “스포츠클라이밍은 웨이트트레이닝과는 달리 근육의 자극이 전 방향으로 이뤄진다”며 “특정 부위만 흉할 정도로 자랄 일은 없다”고 말했다.
재미있으니 꾸준히 할 수밖에
노스페이스 아웃도어 문화센터의 인공암벽을 이창현 다이노월팀 팀장(시진 오른쪽)과 한스란 선수가 함께 오르고 있다. 두 사람은 마치 땅 위를 기어가듯 쉽게 벽을 올랐다. 스포츠클라이밍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6개월∼1년 정도 꾸준히 훈련을 받으면 벽 위에서 ‘노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이 팀장은 “스포츠클라이밍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재미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는 실력이 늘어나는 재미다. 그는 “처음에는 매달려서 버티는 연습만 하다가 차츰 당기는 힘을 길러 조금씩 전진할 때 느껴지는 쾌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전보다 어려운 난이도의 등반을 해냈을 때의 성취감도 빼놓을 수 없다.
두 번째는 문제를 해결하는 재미다. 스포츠클라이밍에는 정해진 코스가 있다. 일반적으로 홀드를 같은 색으로 칠하거나 특정 숫자를 표시해 올라갈 길을 표시해둔다. 이 팀장은 교육 시간 중 일부를 할애해 어떻게 암벽을 오를 때 가장 효율적이고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을지를 고민하는 문제풀이 시간을 가진다. 이날도 다이노월 입구 근처의 볼더링 연습 구간에서는 30대 여성 서너 명이 긴 막대를 들고 홀드를 짚어가며 이동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들은 암벽에 오르는 도전과 안전매트 위로 떨어지는 추락을 반복하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재미를 느끼며 꾸준히 운동을 하다보면 누구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팀장은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술술 진도를 나가는 사람보다는 느리더라도 꾸준히 하는 ‘몸꽝’이 나중에는 더 나은 실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몇 해 전 스포츠클라이밍에 처음 도전했던 한 40대 남성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분이 처음 오셨을 때는 수직벽에서 3초밖에 버티지 못할 정도로 힘이 없었어요. 한동안은 쉬는 시간이 운동하는 시간보다 더 길었을 정도였죠. 하지만 이분의 강점은 절대 운동을 빼먹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1, 2년 정도 지나자 웬만한 20, 30대 못지않게 운동을 잘하게 됐죠. 당연히 몸도 건강해졌고요.”
대한산악연맹 스포츠클라이밍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실내와 실외를 합쳐 대략 200여 개의 인공암장이 있다.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해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인공암벽을 찾아보자. 1년 뒤 ‘몸매짱’ 가족 또는 커플로 거듭나 있을 것이다.
▼실내암벽등반 장비는▼
이볼브 제공
권기범·문권모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