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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이래야 성공한다] 정부조직 - 김병준 前대통령정책실장

입력 | 2013-02-14 03:00:00

“朴정부 조직개편 긍정적… 관행 고쳐 행정효율 높이는게 중요”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정책실장 등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관료 출신을 중시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관료의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 ‘열심히 뛰어도 보상이 제대로 안 된다’ ‘뛰면 손해’라는 생각을 바꿔놓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59)는 1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대체로 잘했다”고 긍정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 조직개편이 아니라 관행을 고쳐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꼭 염두에 둬야 한다”며 “이를 연구하는 전담조직을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 설계자로 통한다. 200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무분과 간사를 시작으로 노 전 대통령 재임 5년 내내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 및 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 대통령정책실장,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내며 각종 정책을 주도했다. 》

―박 당선인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여당도 반발이 심한데….

“이명박 정부 때의 정부조직 개편에 문제가 많았다. 학자들이 실상을 잘 모르고 함부로 떼고 붙였다. 예컨대 교육과학기술부는 원론적으로 맞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정부가 대학에 대해서도 깊이 관여한다. 이런 상황에서 두 부처를 합쳐서 되겠나. 이번에 상식선으로 많이 돌아갔다.”

―통상 기능을 외교통상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려는 데 대한 반발이 큰데….

“외교부 스스로가 경제사회적 변화에 맞춰 조직운영을 좀 더 개방적으로 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개방직을 활용해 산업정책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많이 열어줬어야 했다. 다만, 앞으로 협상에 있어서 산업부문의 이해관계가 농업부문의 이해관계를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관세 등에 있어 국내 한계산업까지 과보호하느라 다른 것을 놓칠 가능성도 있다.”

―박 당선인의 청와대 조직개편안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정책실이 폐지됐는데….

“국정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고 본다. 대통령비서실장 산하에 9개 수석실을 두는 체제인데, 정책실 폐지는 걱정이 된다. 정책실은 정책의 코디네이션 기능을 하는데…. 9개 수석실 가운데 정무 민정 홍보수석을 빼면 6개 수석실이 모두 정책 관련 조직이다. 그런데 총괄할 책임자가 비서실장밖에 없다. 수석 중 한 명을 선임수석으로 두고 사회를 보게 할 수는 있지만 심판과 선수를 겸한다는 게 쉽지 않다. 심판이 따로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정책 관련 6개 수석실을 직접 챙길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무리다. 결국 비서실장이 역할을 해야 한다. 정책적 식견이 뛰어난 인사를 비서실장으로 발탁하거나 정책을 총괄할 특별 보좌관을 추후 따로 인선해야 하겠다.”

―신설된 국가안보실에 대한 평가는….

“맞다고 본다. 우리 국방부는 장관부터 주요 보직을 군이 장악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통령이 중간지대 없이 군 조직과 마주보고 있으면 정보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군을 모니터링하고 통제할 수 있는 청와대 참모조직이 있어야 한다. 참여정부 때 안보정책실을 이명박 정부가 폐지하면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나중에 위기관리실을 설치하지 않았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기능이 겹친다는 지적도 있는데….

“NSC는 관계부처가 다 들어오는 협의체이고, 국가안보실은 대통령 참모조직이니까 다른 것이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 때 국방부 장관을 지냈는데….

“국방에는 여야가 없다. 김 내정자는 비교적 자기주장이 강하면서도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를 받들어가는 유능한 인사다. 다만 김 내정자와 대통령 경호실장(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이 모두 군 출신이기 때문에 청와대 내에서 군의 목소리가 커진 경향은 있다. 당선인이 밸런스(균형)를 맞춰줘야 한다.”

―국무총리 등 박 당선인의 내각 인선을 평가한다면….

“계속(김용준 전 후보자, 정홍원 후보자) 법조인 출신이다. 법조인 출신은 국정 경험이 제한돼 있다. 산업, 경제, 사회 등에 대한 큰 그림이 없는 분이 책임총리를 잘할 수 있을지…. 모르는 분야에 관여하려면 못 하게 말리는 것밖에 못한다. 그래서 경제정책을 총괄할 경제부총리 인선에 관심이 쏠린다.”

―김용준 전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박 당선인이 국회 인사청문회제도에 대해 ‘개인의 인격을 과도하게 상처 낸다’고 비판했다.

“정책 검증과 신상 털기는 분리가 잘 안 된다. 기본적 도덕 기준은 맞추되 국회가 금지선을 정해 놓고 지켜야 한다. 좀 더 정책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여야 한다.”

―김 교수도 2006년 청문회 때 논문 이중 게재 의혹에 직면해 결국 취임 후 10여 일 만에 물러났는데….

“내 경우엔 일본에 가 있을 때 조교가 실수한 것이지만 야당이 아닌 여당이 공격적으로 나와 사퇴하게 됐다. 특수한 경우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내가 대구경북(TK) 출신이어서인지 기겁을 했다. 총리 이후 (TK 출신 주자 등으로) 대권으로 연결될까봐 꺾어놔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위장전입, 판공비 유용 의혹 등에 대해서는 잘못이 있으면 잘못을 짚어야 한다. 청문회는 필요하지만 청문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2006년 청문회 때 4촌 이내 친인척의 해외여행 기록과 경비 출처 등을 제출하라고 하더라. 사촌이 29명으로, 반은 30년 넘게 못 봤는데 어떻게 제출하겠나. 심지어 어떤 후보자는 사돈의 성적증명서를 요청받았다고 한다. 왜 안사돈의 성적증명서까지 제출해야 하나. 이런 식으로 청문회를 진행하면 청문회의 기능이 점점 더 떨어진다.”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능력, 자격 없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전리품처럼 나눠주는 것은 근절돼야 하지만 대선 때 당선인 캠프 등에서 뛴 사람 중에 능력이 있다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줘야 한다. 그래야 정치에 좋은 인물이 영입된다. 박 당선인은 본인이 당선되는 데 큰 빚을 졌다는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보은 인사가 역대 정권에 비해 적을 것 같긴 하다.”

―세종시로 일부 정부 부처가 이전하면서 정부 내 소통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데….

“화상회의라는 기술적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참 불편하다.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는 느낌이 있다. 세종시에서 회의를 많이 해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국회가 장관을 불러내는 분위기도 달라져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전 부처가) 세종시로 가야 한다. 청와대도 2청사를 세종시에 둬야 한다고 본다.”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란 책을 냈다. 대통령은 어떤 자리인가.

“고단하고 피곤한 자리다. 팔자 좋은 사람이 아니라 사주팔자 나쁜 사람이 하는 자리인 것 같다. 칭찬보다 욕이 많이 돌아온다.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 국민에게 ‘참아주고 양보하면 국가가 어디로 갈 수 있다’는 꿈을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하는데 ‘내일 내 몸이 어떻게 변할 거다’란 꿈이 없으면 고통을 참을 수 없다. 박 당선인은 아직 경제정책, 복지 등에 대해 큰 틀의 그림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림을 보여주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야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가야 할까.

“야당과의 관계는 어렵다. 당선인 입장에서는 대화는 하겠다고 했지만 효과가 어떻게 날지는 예측이 안 될 것이다. 야당은 만나고 대화하자고 하면 거절하면서 투쟁의 방편으로 쓴다. 그러나 끊임없이 낮은 자세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정책을 결정하기 전 야당과 사전에 협의하고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야당 지도부를 청와대에 초청해 설명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 대선에서 진 야당은 스스로를 정비하는 데 급급하다. 노 전 대통령 때는 박 당선인이 야당 대표로서 장외투쟁을 하는 바람에 국회 공백이 엄청났다(웃음).”

―노 전 대통령은 ‘당청 분리’를 외쳤다가 고전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박 당선인은 당청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는 게 좋을까.

“박 당선인은 노 전 대통령에 비해 여건이 훨씬 좋다. 우선 새누리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여소야대가 아닌 거다. 새누리당은 옛날 열린우리당보다 훨씬 덜 투쟁적이고 주장도 온건하다. 또 지방선거는 1년 이상, 국회의원 총선거는 3년 이상이 남아 여유가 있다. 그럼에도 평탄하게 가지는 않을 거다. 당은 국가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다간 더 큰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계획, 로드맵을 가지고 뚜벅뚜벅 가는 수밖에 없다.”

―여권에서 개헌 필요론이 나오는데….

“4년 중임제, 권력분점 등 온갖 이슈가 잠복하고 있어 쉽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이 과거 4년 중임제 부분만 원포인트 개헌을 하자고 했을 때 한나라당은 반대했다. 지금 새누리당이 개헌을 하자는 내용이 딱 그 내용이다.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 당선인이 개헌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방아쇠만 당기고 지켜봐야 한다. 직접 나서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 김병준 前대통령정책실장 프로필

△1954년 경북 고령 출생
△1972년 대구상고 졸업
△1976년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84년 미국 델라웨어대 정치학 박사
△1986년∼현재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현 행정정책학부 교수)
△1994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소장(연구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외 정치인 시절 설립)
△2002년 12월∼2003년 2월 대통령직인수 위원회 정무분과 간사
△2003년 4월∼2004년 6월 대통령 직속 정부 혁신 및 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
△2004년 6월∼2006년 5월 대통령정책실장
△2006년 7∼8월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재임 기간 12일)
△2006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대통령정무특별보좌관(겸임)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박준용 인턴기자 경희대 세무회계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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