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한달… 여성-10대 절반 금연 실패
김 씨는 1월 1일 금연을 결심했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담배를 다시 손에 들었다. 벌써 10번째 반복되는 ‘작심한달 금연의 추억’이다. 설 연휴까지는 잘 참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마음은 개운치 않다.
김 씨는 동갑내기 아내와 지난해 이혼한 뒤 고3 딸을 혼자 키운다. 딸보기가 부끄러워 올해에는 꼭 담배를 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명절 후유증에 ‘지긋지긋한’ 직장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담배에 손이 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걸 누가 모르나요? 끊기 힘든 걸 어떻게 합니까?”
연초 ‘한 달 금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의 하소연이다. 남녀 불문, 직업도 불문이다.
전업주부 윤모 씨(32)도 마찬가지. 설을 맞아 시댁을 다녀오자마자 담배를 꺼내 물었다. 새해 금연을 선언한 지 한 달 만의 실패인 셈.
명절 음식이 화근이 됐다. 그는 “시어머니와 하루 종일 전을 부치다 보니 담배 생각이 간절해졌다”고 말했다.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들은 다 변명이라고 하겠지만, 끊고 싶어도 애들 교육문제에, 고부갈등에, 수많은 스트레스 때문에 끊을 수가 없어요.”
연애시절 같이 담배를 피우던 남편은 5년 전 금연에 성공했다. 윤 씨는 집에서 ‘공공의 적’이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 여성·청소년 금연 실패율 높아
한국건강증진재단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국내 흡연율은 평균 27.0%(남성 47.3%, 여성 6.8%). 남성 흡연율은 줄어드는 추세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그리스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청소년 흡연율도 위험 수위. 이 조사에 따르면 남자 고교생의 흡연율은 45%, 여고생은 30%였다.
여성과 청소년일수록 금연을 더욱 어려워한다. 건강증진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금연클리닉 이용자의 금연실패율은 남성(44%)보다 여성(51%)과 청소년(51%)이 더 높았다. 전체적으로 평균 45.4%가 금연에 실패했다.
병에 걸려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의 2010년 암 환자 대상 흡연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암 발병 후에도 10%는 흡연을 계속했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담배에 있는 니코틴의 중독성이 높아 금연이 어렵지만 니코틴 중독에 의한 금단 증상은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흡연 욕구가 생기는 순간을 잘 참는 게 금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