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청년드림센터 자문위원
일본에서 1990년 버블 붕괴를 전후해 사회 구성원들의 안정 추구 성향이 40%가량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당시 일본 청년들의 직업 선호 역시 중소기업을 회피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기업, 공무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급격히 늘었다.
이와 함께 1990년대 이후 일본에서는 해외유학자 수가 꾸준하게 줄었고 기업 근로자들이 해외지사 파견을 꺼리는 경향도 확대됐다. 오늘날 일본 경제의 추락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술의 고립 및 개발도상국 시장 개척 실패도 상당 부분 일본 근로자들의 도전정신 쇠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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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외환위기 이후 저성장 국면에서 청년층의 안정 추구 성향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지금 대학도서관은 각종 고시와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로 가득하다. 공무원 공채시험 경쟁률도 2000년대 초반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청년들의 창업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지난해 청년 자영업자가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혁신부문에서 창업하기보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전통적인 도·소매업, 외식업 등에 뛰어든 청년들이 많았다.
도전정신의 쇠퇴는 선진국 초입에 들어선 한국에 특히 충격이 클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선진국에서 만들어진 걸 모방하는 단계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성장하는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미래가 뚜렷이 정해져 있는 안정된 직장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새로운 기술과 수요가 창조될 가능성은 줄어든다.
청년들의 도전의지를 높이려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 청년창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되 업종, 산업에 따라 선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전통적 서비스 부문보다 전문성이 높은 첨단산업 부문,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부문에 자금 및 컨설팅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또 실패할 경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회안전망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도전만 강조한다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파산제도를 보완해 구제 대상의 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고, 금융거래상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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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청년드림센터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