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현지 시간) 베를린 델피 필름팔라스트 극장에서는 포럼 부문에 초청된 한국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가 특별 상영됐다. 영화 시작 전 700석 극장은 만석이 됐다. 극장 입구에서는 한복에 머리를 갈래로 땋은 여성이 큼직한 눈깔사탕을 나눠주며 분위기를 돋우었다.
이 영화는 현존하는 국내 최고(最古)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1934년 안종화 감독 작품)에 변사 해설과 음악, 공연을 곁들인 작품. 영상자료원이 2008년 국내에서 발굴한 영화에 김태용 감독이 다시 각본을 쓰고 총연출을 맡아 새로운 형식으로 만들었다. 농촌 청년 영복이 상경해 애인과 여동생을 사채업자에게 빼앗길 위기를 극복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영화제에는 모두 10편의 한국영화가 초청받았다. 아시아 국가로는 가장 많은 수다.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이 공식 경쟁부문, 정유미 감독의 애니메이션 ‘연애 놀이’가 단편 경쟁부문에 올랐다. 비경쟁인 파노라마 부문에는 이돈구 감독의 ‘가시꽃’, 김동호 감독의 ‘주리’, 이송희일 감독의 ‘백야’, 이재용 감독의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 등 4편이 올랐다. 10대의 삶을 다룬 작품을 소개하는 제너레이션 부문에는 신수원 감독의 ‘명왕성’, 김정인 감독의 ‘청이’가 초청됐다.
홍 감독은 2008년 ‘밤과 낮’에 이어 두 번째로 경쟁 부문에 올라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에 도전한다. 그는 이 영화제의 단골손님이다. 1997년 포럼 부문에 초청된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2007년 파노라마 부문의 ‘해변의 여인’, 2008년 ‘밤과 낮’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도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주독일 한국문화원은 베를린에서 홍 감독 회고전을 열었다. 홍 감독의 작품 14편을 상영한 이 행사에서 300석 극장은 22일 동안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홍 감독이 방문해 관객과의 대화를 가진 날에는 200여 명이 자리를 못 구해 발길을 돌렸다.
홍상수 감독(작은 사진)의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의 주연 배우 이선균과 정은채. 베를린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올라 황 금곰상에 도전한다. 화인컷 제공
베를린=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